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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리더기 ‘오닉스 북스 X3 PRO’ 사용기-1

by 박인식

리더기를 사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꽤 오래 망설였다. 굳이 컴퓨터를 열지 않고도 모바일로도 읽을 수는 있지만,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양이 너무 작아 읽으면서도 내내 답답했다. 나라고 한 번에 몇 줄씩 읽기야 하겠나. 하지만 앞뒤 문맥을 함께 보면서 책을 읽는 게 습관이 된 터라 달랑 앞뒤 문장을 볼 수 있는 정도의 화면으로는 읽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화면이 큰 리더기를 사기엔 값이 만만치 않았고.


해외 현장에 나가야 할 날짜가 다가오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게다가 최근 도서 대여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읽을 전자책이 거의 무한대로 늘어나자 그 정도라면 값이 좀 나가더라도 아깝지 않겠다 싶었다. 그래서 10인치 규격의 리더기 몇 종을 두고 고심하다가 오닉스 제품을 골랐다. 후기가 칭찬 일색이기도 하지만, 그 칭찬이 매우 구체적인 것이어서 믿을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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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PC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쓰임새로 보면 리더기보다 훨씬 낫지만, 오히려 그것이 책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책 읽다가 알람이라도 뜨면 샛길로 빠지기 쉽고, 그러다 보면 한두 시간 까먹는 건 일도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들고 읽으려면 무게도 생각해야 했다. 배터리 용량이 큰 편은 아니지만, 책 읽는 데만 쓰면 사용 시간은 오히려 훨씬 길어질 테니 충전 걱정할 필요도 없어 보였다.


이 리더기에 필기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리더기를 사용하면서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하이라이트 기능이 있고, 그 부분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종이책보다 낫기는 하다. 그래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그때그때 적어놓을 수 없어 몹시 불편했다. 따로 노트를 마련하는 게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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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있는 생일이라고 아내가 선뜻 거금을 투척해 주문하고 며칠을 손꼽아 기다렸다. 예정보다 며칠 이른 금요일에 도착한다고 해서 모임 끝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귀가했다. 온전히 주말을 즐길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열자마자 불안감이 엄습했다. 중국어와 영어만 사용할 수 있었고 도대체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전자기기들은 모두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있는데, 어느 것 하나 직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뿐 아니라 터치스크린 반응속도가 모바일이나 태블릿 PC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느렸다.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우선 Yes24 앱부터 설치하려 했다. 하지만 하나 있는 브라우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구글로도 네이버로도 해결책을 찾을 수 없어 애를 먹다가 문득 요즘 잘 써먹고 있는 ChatGPT가 떠올랐다.


제품과 모델 번호를 올리니 바로 인식하고 하나씩 알려주기 시작했다. 핵심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거기서 앱을 내려받아 하나씩 풀어가야 하는데, 알려주는 대로 해도 도무지 해결되지 않았다. 알려준 대로 해도 해결되지 않는다니 그럴 때마다 그럴 수 있다면서 다른 방법을 알려준다. “간혹 중국 기기에서는 빠질 수가 있다, 수동 업데이트를 해봐라.” 그래도 해결이 안 된다고 하니 APKPure라는 앱스토어를 설치하란다. 그 앱스토어에서 우여곡절 끝에 Yes24 앱을 찾기는 했는데 이번엔 다운로드가 되지 않았다.


앱을 내려받고 나니 이젠 로그인이 되지 않는다. 앱 내려받고 로그인하기까지 한 시간은 족히 걸렸다. 그러고 또 한 시간. 결국 리더기 열고 전자책 내려받아 정리하는 데까지 네 시간이 넘게 걸린 셈이다.


전자책을 정리하면서도 기기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한글을 설치하는 방법이 있기는 할 텐데 그 일이 쉬울 것 같지도 않고, 그렇게 설치한들 생각했던 대로 작동할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한글 자판은 설치하고 자기로 하고 다시 ChatGPT를 닦달해 G-board가 답이라는 것까지 확인했다.


시간을 보니 토요일 새벽. 아침에 일어나 다시 시도하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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