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 건강

by 박인식

불치의 병이 걸렸을 때


가능하다면 이 땅에서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죽음을 맞는다 해도 하늘에 소망을 두고 있으니 그것 역시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 만일 내가 불치의 병에 걸린다면 그 사실을 내가 먼저 알고 싶다. 미처 감사를 표하지 못한 이들에게 감사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힌 이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가능하다면 뒷마무리까지 깨끗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언제가 되더라도 죽는 건 두려운 일이고 받아들이기 쉬운 일은 아니지 않겠나. 그렇다고 피해서 될 일도 아니고 정리할 시간을 갖지 못하면 아쉬움이 많을 것이니 나를 위해 내게 제일 먼저 그 소식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2004.10)




사람 몸은 어지간한 병을 스스로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견딜 수 있으면 약을 먹지 않고 버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견뎌서 이겨낼 수 있는 데도 약을 먹으면 오히려 자생력이 줄어들 수 있으니 약은 그저 부족한 자생력을 메워주는 정도로 쓰면 족하다. (2005.06)



하나님의 몫, 사람의 몫


생명을 허락하고 거두는 것은 하나님의 몫이지만, 그 생명을 건강하게 지키고 가꾸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2005.06)



친구삼기


오래전 밭은기침 때문에 약국을 찾은 일이 있었다. 우스갯소리를 잘 하시던 약사 아저씨가 달라는 약은 주지 않고 그냥 견디란다. 사람이 나이 마흔을 넘기면 세포가 점차 죽어가는 것인데, 그러니 한 번 어딘가 망가지면 다시 원 상태로 회복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래서 고쳐지지도 않는 걸 고치느라 괜히 헛김 빼지 말고 그냥 친구삼아 살아 보란다. 밭은기침 친구삼아 지내니 그것도 그런대로 견딜만하더라. 살다가 불편한 일이 어디 한두 가지일까마는 어지간한 일은 그냥 견뎌가며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2010.05)



사전의료의향서


좋은 배필을 만나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고, 또 자신에게 주어진 소임을 잘 감당하며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기쁘다. 늘 그런 모습을 꿈꾸어왔고 그를 위해 열심히 기도했는데 그 꿈과 소망이 헛되지 않았구나.


환갑이라고 이름이 붙은 날을 맞다보니 자꾸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게 되는구나. 되돌아보니 모두가 내 허물뿐이고 남들에게 신세진 것뿐이다. 감사할 일이지. 요즘 환갑은 나이도 아니다마는 할아버지께서 일흔도 못되어 돌아가신 걸 생각하면 그리 적은 나이도 아니잖니. 며칠 전 네 어머니와 연명치료는 받지 않기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명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이니 언제 어떤 모양으로 거두어가시던 하나님께서 결정하실 일이고 우리는 그에 순종하면 되는 일 아니냐. 그러니 연명치료를 받아가면서까지 굳이 이 땅에 미련을 두는 건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옳지 않을 뿐 아니라 남겨진 가족에게도 큰 짐이 되는 일이지. 마침 이런 뜻을 가진 사람들이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양식을 구해서 네 어머니와 함께 작성하고 서로 보관하기로 했다. 자식인 너는 당연히 알아야 할 일이라 네게도 보낸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받지 않겠으며, 사망에 이르거나 뇌사판정이 내려질 경우에 지체 없이 모든 장기와 시신을 기증해주기 바란다. 네 어머니와 오래 전에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만 워낙 오래 된 일이라 관련 서류가 어디 있는지 몰라 사전의료의향서에 함께 언급하였다. 이것은 건강할 때 해두는 것이니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이를 밝혀야 할지 몰라 네 삼촌들에게도 함께 보낸다. (20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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