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여행 팁 2
한 도시를 여행하는 데 며칠 정도가 좋을까? 물론 막연한 질문이다. 어느 도시냐에 따라 다르고, 뭘 볼 것이냐에 따라 다르고, 언제냐에 따라서도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체코의 정취를 느껴보겠다면 모를까, 그저 관광 삼아 찾는다면 프라하는 사흘 정도가 적절해 보인다. 돌아볼 만한 곳은 불타바강에 놓인 카렐다리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프라하성, 동쪽으로는 프라하 중앙역 정도에 대부분 몰려있다. 이들은 여기를 구시가지(old town)라고 하는데, 모두 걸어서 다닐 만한 거리에 있다.
유럽 도시의 독특한 정취 중 하나가 우리에게는 없는 트램이다. 그중에서도 프라하는 유독 트램이 많다. 특히 42번 트램은 빈티지 트램이라고 해서 옛날 모습에 나무 좌석이 놓인 트램으로, 이걸 타면 45분에 구시가지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40분 간격으로 다닌다. 오후로 가면 각 정거장에 걸어놓은 시간보다 조금씩 늦는다. 오기는 하니 느긋하게 기다리시라. 이 트램은 대중교통 1일권, 3일권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름하여 ‘Hop-on Hop-off Vintage Tram’ 400코루나(26,000원). 이 돈 내고 타기는 매우 아깝다.
여기서 잠깐, 체코는 유로를 사용하지 않고 ‘코루나’라는 고유 화폐를 사용한다. 유로도 받는다. 현재 환율은 1유로에 25코루나. 하지만 가게에서는 22코루나밖에 쳐주지 않아 훨씬 손해다.
프라하 대중교통은 3일권이 32,500원(500코루나) 정도이고 워낙 거미줄처럼 놓여있어 어떻게 해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한번 타는데 거리에 따라 2,000~2,500원(30~40코루나). 표 사기가 마땅치 않으니 어지간하면 6,500원(100코루나)짜리 1일권이라도 끊으시라.
동유럽에 있는 큰 강인 엘베강은 폴란드에서 시작해 체코와 독일을 거쳐 북해로 빠져나간다. 그 지류 중 하나가 프라하를 가로지르는 블타바강이다. 우리에게는 독일식 이름인 몰다우강으로 더 익숙하다. 체코를 대표하는 작곡가인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2악장이 바로 이 블타바강을 노래하고 있다. 블타바강 강변에 있는 루돌피넘 음악당 앞에 스메타나 동상이 있고, 구시가지 화약탑 바로 옆에 음악당 스메타나홀이 있다.
프라하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이 블타바강과 보행자 전용 카렐다리이다. 1357년에 시작해 1402년까지 건설한 다리이다. 다리 동쪽 끝에 카렐다리 박물관이 있는데, 나 같은 공돌이에겐 아주 흥미진진한 곳이다. Charles Bridge Museum, 공돌이가 아니라면 입장료 1만5천 원(220코루나) 내긴 조금 아깝겠다.
바로 그 옆에서 Prague Venice Boat Cruse가 10분 간격으로 떠난다. 3만6천 원(550코루나)에 맥주와 쿠키를 제공하며, 한국어 안내방송도 나온다. 블타바강 유람선에 난데없이 베니스라는 이름이 붙은 건 배가 작고 얕아서 카렐다리 서쪽 아래로 난 작은 수로를 돌아 나오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블타바강에는 늘 유람선이 그득하다. 대체로 구경만 하는 건 1시간 남짓, 식사를 곁들인 건 점심이 2시간 저녁이 3시간 걸린다. 구경만 하는 건 2만 원(300코루나) 내외이고 뷔페식으로 차려내는 점심 식사는 8만 원(1,230코루나), 저녁 식사는 11만 원(1,730코루나) 정도이다. 프라하라고 하면 블타바강이 떠오르고, 그래서 보는 것만으로도 기억에 남을 만 하지만, 배를 타고 강가에 늘어선 고색창연한 건물을 보는 것도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두세 시간이나 타는 건 그다지 권할 일이 아니다. 차라리 그 시간이면 1시간짜리를 낮과 밤 두 번 즐기는 게 낫다. 낮 풍경도 아름답지만, 강에서 바라보는 프라하성을 비롯한 여러 건물의 야경 또한 기가 막히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