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기가 막혀 보여 찾지만 실제로 가보면 그만한 느낌을 갖기가 쉽지 않다. 대체로 실제보다 사진이 낫다는 말이다. 하지만 간혹, 아주 간혹 사진이 실제를 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카메라를 몇 번씩 열었다가 찍기를 포기하고 만다. 프라하성의 성비투스 성당이 그렇다.
몇 번씩이나 프라하성을 찾았으면서도 들어가 보지 못한 성비투스 성당을 갈 생각으로 아침 일찍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성당에 도착하니 행사가 있어 1시에 문을 연단다.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어서 이곳저곳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12시 반쯤 성당 앞으로 오니 줄이 이미 구만리나 되었다. 얼른 아내를 끄트머리에 세워 놓고 글뤼바인을 사 들고 오니 우리 뒤로 훨씬 긴 줄이 만들어졌다.
잠깐 망설였다. 성당이 뭐 거기서 거기 아닐까.
막상 들어서니 포기하지 않기를 잘했다 싶었다.
그동안 유럽에 있는 성당이나 교회를 꽤 돌아봤다. 그래서인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줄이 너무 길어 망설였던 게 이 때문이었는데.
사진에 제대로 담을 수 없는 곳, 성비투스 성당.
기억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