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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여행 팁 3

by 박인식

드라마 하나로 한국 관광객의 성지가 된 프라하. 드라마에서 가장 눈에 띈 곳은 천문시계탑 근처 광장이지만, 내 기억에 오래도록 남은 곳은 애인 혜주(윤세아)를 찾아 프라하에 온 상현(김주혁)이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만삭의 몸으로 만난 혜주의 집이었다. 오래된 기억인데다가, 그 넓은 프라하 시내에 널린 게 그만한 계단과 그만한 집인데 어떻게 그게 그 집이라고 특정할 수 있겠나만, 나는 그게 카렐다리 건너서 언덕길을 오르다 프라하성으로 꺾어지는 모퉁이 계단으로 이어진 그 집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최근 프라하성을 서너 번 오르내리면서 몇 번이고 다시 살폈는데, 그러면서 오히려 심증이 더 굳어졌다.


KakaoTalk_20251020_211529111.jpg <이 계단에 맞닿은 집이 혜주네 집이라는 건 순전히 뇌피셜>


난데없이 드라마 이야기를 꺼낸 건 그것이 바로 프라하에 대해 가진 내 고정관념의 출발점이었기 때문이다. 유럽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붉은 지붕, 그리고 끝없이 이어진 계단. 그걸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바로 카렐다리 건너서 프라하성까지 오르는 그 언덕길이다. 프라하성을 구경하고 나면 대개는 오른 길이 아닌 성비투스성당을 지나 성이시르성당 쪽으로 내려가는데, 거기서 내려다보이는 붉은 지붕의 향연도 바로 그 고정관념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514785997_10096201463749244_5501852025279758245_n.jpg <지난봄 출장 때 찍은 사진>


그래서 나는 프라하라고 하면 무엇보다 프라하성을 떠올린다. 프라하성의 중심은 뭐니 뭐니 해도 성비투스성당이다. 어쩌다 보니 유럽의 교회나 고성을 돌아볼 기회가 많았다. 처음에는 가는 곳마다 감탄하기 바빴는데, 그것도 거듭하다 보니 어느새 심드렁해졌다.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싶어서 건너뛰고, 시간이 맞지 않아 건너뛰고, 만만치 않은 입장료 값을 제대로 할까 싶어 건너뛰다 보니 프라하성을 대여섯 번이나 찾도록 한 번도 들어가 본 일이 없었다. 이번에는 손녀들과 함께 돌아보리라 마음먹었는데, 사방에 고성이며 성당에 교회가 널린 독일에서 나고 자란 그 아이들에겐 그곳보다 영화박물관이 훨씬 더 흥미로웠던 모양이다.


각설하고, 프라하성은 성비투스성당을 비롯해 여러 건물로 이루어졌는데, 일단 대통령궁 옆으로 난 문으로 들어가 작은 마당을 두 번 지나야 만날 수 있다. 입장료는 3만 원(450코루나). 결코 싼 편은 아니다. 물론 구왕국, 성이시르성당, 골든레인을 포함해 볼거리가 적은 편은 아닌데, 하나하나 나누어 보면 유럽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건축물들이어서 굳이 돈 내고 봐야 하는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결국 그 입장료는 성비투스성당 입장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는 해도 그만한 가치는 있다. 이에 대한 소개는 <프라하 여행 팁 1>을 참고하시라.


프라하성 북쪽 문으로 나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성벽을 따라 파놓은 해자가 보이는데 그 안에 곰이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닌다. 성벽 주변에 깊이 파놓은 해자는 대개 물을 채워놓아 적의 침입을 막는데, 여긴 물 대신 곰을 풀어놓은 모양이다. 찾아보니 거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프라하성 북쪽 경사면에는 사슴 해자(Deer Moat)라 불리는 깊은 계곡이 있는데, 이는 자연 지형을 이용한 방어용 해자로, 성을 공격하는 적이 바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 구조였다. 그러나 물이 흐르는 수로형 해자(water moat)가 아니라, 마른 해자(dry moat) 형태였다. 프라하성은 바위 언덕 위에 지어져 물을 채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물 대신 곰을 풀어놓은 건 아니다. 곰을 해자에 풀어놓은 것은 19세기 이후의 전통과 상징에 따른 것으로 이는 체스키크룸로프성의 곰 해자(Bear Moat)에서 유래한 것이다. 체스키크룸로프성의 주인인 로젠베르크 가문의 문장은 곰으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실제 곰을 성의 해자에 키우기 시작한 것이며, 나중에 프라하성에서도 이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프라하성을 오르내리는 길옆으로 성당도 참 많다. 어느 하나도 프라하성에 있는 성당에 못지않다. 이곳에서 음악회도 많이 열리는데, 평상시에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혹시 기독교나 천주교 신앙을 가진 분이라면 한 번쯤 고요히 앉아 묵상을 경험하는 것도 괜찮다.


지난봄 출장 때 프라하성을 오르는 길 주변에 있는 성당 몇 곳에서 그런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도 그럴 생각으로 성비투스성당에서 회중석에 앉으려 하니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다른 사람들은 드나드는데 왜 막느냐 하니 거긴 가이드투어 신청자만 들어갈 수 있단다. 이런 세상에... 가이드투어는 150코루나 더 내야 한다. 그래서 합이 4만 원(600코루나). 물론 아깝고 괘씸하다. 하지만 그 돈 안 들이고도 가이드투어에 참가하는 방법이 있다. 프라하 여행 팁을 끝까지 읽으시라. 답을 찾을 것이니.


514492934_10096201703749220_5844163369803090582_n.jpg <봄 출장 때 잠깐 묵상 시간을 가졌던 길가 성당. 이 정도 성당은 사방에 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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