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체코일기 2026.01.30 (금)

by 박인식

외국인과 함께 일할 때 가장 어려운 게 문화가 다르다는 겁니다. 해외에서 근무하기 전까지는 외국인들과 일을 해보기는 했어도 프로젝트가 짧아서 문화 차이 때문에 생긴 갈등을 별로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함께 일하다 보니 그 갈등이 일의 성패를 가를 정도가 되더군요.


일이 서툰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요. 알려주는 대로 따르면 그나마 괜찮겠는데, 이치에 닿지 않는, 자기네 방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뻗댈 때는 짜증이 나다 못해 소리라도 한번 지르고 싶습니다. 사우디 현장에서 협력업체와 사고 수습 회의하다 말도 되지 않는 변명에 소리 질렀다는 이유로 폭력범이 되었던 일도 있습니다.


요즘 ChatGPT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씀드렸지요? 특히 이런 상황에서 유용하더군요. 마음에 담긴 걸 다 쏟아내고 알아서 정리하라고 시키면 아주 적절한 문안을 만들어 냅니다. 제시한 문장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랍니다. 전혀 얼굴 붉히지 않고 지적할 거 지적하고, 원망할 거 원망하고, 차분하고 담백하니. 너무 장황하다고 한마디 하면 기가 막히게 꼭 필요한 말만 넣어서 반토막도 안 되게 만들어 냅니다.


오늘은 기술 자문을 요청했던 이탈리아 교수에게 다른 건으로 하나 더 부탁할 일이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와 일하는 게 처음이다 보니 글을 써놓고 뭘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이 역시 ChatGPT에 요청해서 아주 만족스러운 답을 얻었습니다. 아주 멋진 문장을 알려주더군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그런데 문제는 그게 이탈리아 프로토콜에 맞는 건지 제가 판단할 능력이 없다는 겁니다. 한 번 더 보고 오후에 보내기로 하고 점심 먹으러 갔습니다.


며칠 전에 봄이 다 된 것 같더니 사방이 눈으로 뒤덮였네요. 뭐, 아무래도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져 오니까요.


식당에 들어서니 어제까지 없던 간판이 달렸습니다. 얼른 사진 찍어서 ChatGPT 돌렸지요. 체코의 일곱 가지 인생 규칙이랍니다.


1. 그냥 두어라.

2. 무시해라.

3. 시간을 주어라.

4. 비교하지 마라.

5. 침착해라.

6. 모든 건 네게 달려있다.

7. 웃어라.


정리해 보니 열 받지 말라는 말이로군요. 잔뜩 열 받아서 되는대로 써놓고 ChatGPT 더러 수정해달라고 할 게 아니라 열 안 받으면 되는 건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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