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집에 다녀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입니다. 이달부터는 일요일에는 쉬려고 합니다. 그동안에도 그러기는 했는데, 온전히 전원이 쉬지는 못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영상으로 모 교회 예배드리고, 한동안 멈췄던 주변 도시 탐방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오스트리아 국경 근처에 있는 즈노이모(Znojimo)라는 도시에 다녀왔습니다. 빈(Wien) 가는 길 마지막에 있는 도시이지요. 여기서 십 분만 더 내려가면 국경입니다. 저희 숙소에서는 한 시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체코는 크게 보헤미아, 모라비아, 실레시아로 나뉩니다. 즈노이모는 체코 남부 모라비아 지방에서 크기로는 두 번째이지만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역사적 중심지입니다. 체코 도시가 다 그렇지만 구글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이곳도 무척 아름답습니다. 자료를 보니 즈노이모성, 니콜라스 교회, 지하도시가 볼만하다더군요. 즈노이모성은 4월에서 10월까지만 문을 열고, 지하도시는, 아마 도시 바닥에 굴을 뚫어 놓은 곳 같던데, 아무 설명 없이 문을 닫았더군요. 즈노이모성에 올라가다가 생각지 않게 소박한 박물관 한 곳이 문을 열어 들어가 볼 수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자연사 박물관 같은 곳인데, 전시 내용은 특별한 게 없었지만 박물관 전체가 학생들의 교육 공간으로 꾸며져 있는 게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곳곳에 필요한 것을 만져가면서 배울 수 있게 되어 있더군요.
구시가지는 성니콜라스 교회를 중심으로 한 시간 남짓이면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아담합니다. 교회는 벼랑 위에 세워져 있고 벼랑 아래로 타야강이 흐릅니다. 그 상류에 즈노이모 댐이 있어 널따란 저수지가 생겼지요. 언제나처럼 교회에 들어가 한동안 묵상에 잠겼습니다.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하고, 내 몫을 잘 감당하기를 다짐하고, 곤고한 이웃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교회에서 나오니 벼랑 쪽으로 세워진 담 위에 앙증맞은 눈사람들이 줄 서 있었습니다.
인구 3만의 작은 도시여서 그런지 관광객으로 보이는 몇 명을 빼고는 나다니는 사람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눈발 날리는 도시에 사람도 없고. 어디 들어가서 차라도 한 잔 마시며 몸을 녹이고 싶었는데, 커피숍 하나 문 연 곳이 없군요. 문 연 음식점도 없어요. 아침에 일찍 와서 이곳에서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꼼짝없이 굶을 뻔했습니다.
특별히 설명할 게 없어 보이는 도시이기는 하지만 한 가지 눈에 띄는 게 있습니다. 지하도시인데요, 14~15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4층 구조를 이루는 이 동굴은 길이가 무려 27킬로미터에 이른다는군요. 그렇다면 구시가지 곳곳의 바닥을 헤집고 다닌다는 건데, 그중 관광객에게는 1킬로미터만 공개했답니다. 의아하게도 이에 대한 기록이 하나도 없다는데, 아마 전략적 방어적 목적으로 만들에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려 했던 게 아닌가 짐작할 뿐이라는군요.
4월이 되면 즈노이모성도 문을 연다니 그때 다시 한번 와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