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일기 2026.02.04 (수)

by 박인식

이십 년쯤 전에 저가 항공이라는 걸 처음 타봤습니다. 그때 배낭여행이 붐을 이룰 때여서 청년들을 통해 소개된 것이지요. 런던에서 빈까지 가는 항공편이 30만 원쯤 했는데, 저가 항공으로는 5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고생스럽겠지만 그 정도 차이면 감수할만하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착각도 그런 착각이 없었습니다. 얼마나 고생했는지 다시는 저가 항공을 타지 않겠다고 결심할 정도였습니다.


출장 갈 때야 굳이 그럴 일이 없지만, 사비를 들여 여행할 때는 저가 항공을 이용할 만도 한데, 그래도 저는 안 탑니다. 그런데 유럽 도시를 오가다 보니 피할 방법이 없네요. 허브 공항을 오가는 게 아니면 일반항공사가 운행하지 않는 구간이 대부분이거든요.


프라하-로마 구간 같으면 당연히 일반항공사의 노선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수도에서 수도로 가는 노선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없어요. 저가 항공뿐이고, 그것도 많아야 하루에 두 번, 수요일은 아예 항공편이 없습니다. 목요일에 회의가 잡혀서 수요일 가려니 직항은 없고 환승 노선뿐인데, 짧아도 여섯 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현장에서 프라하 공항까지 두 시간, 게다가 두 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하고. 결국 현장에서 로마 사피엔짜 대학 교수 만나러 가는 데 열두 시간이 걸리는 셈입니다. 지난번처럼 차 가지고 가는 거나 별 차이 없는 셈이지요.


마음 같아서는 화요일에 가서 수요일, 목요일 회의 마치고 오면 편하겠는데 말입니다. 더구나 로마가 초행인 동료와 함께 가게 되어서 이참에 구경이나 하라고 하고 싶은데. 그렇지 않아도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잠시도 쉬지 못하는 현장 사정에 사흘씩 빠질 수도 없고.


트립닷컴으로 예약하는데, 갈 때 올 때 모두 다른 항공이 아니겠습니까. 여기서는 허브 공항 사이를 오가는 게 아니면 항공사 사이트에서 직접 예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 저가 항공인데, 워낙 숫자도 많아서 도대체 어느 항공사가 운항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는 항공편을 예약하는데 좌석을 선택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하더군요. 꼭 좌석을 선택해야 하는지 알고 추가 요금을 내고 예약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오는 항공편은 그게 없더군요.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출장비 신청을 위해 사이트에 접속하니 선택한 좌석이 이미 팔려서 그게 취소되었는 안내가 떴습니다. 점입가경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오늘 온라인 체크인하는데 도대체 진행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용을 써도 해결이 안 되어서 ChatGPT 도움을 받았습니다.


제가 예약한 항공사가 고객 주머니 터는 걸로 악명이 높다네요. 예약할 때 추가 비용 내고 좌석 선택하게 하고, 좌석 선택하지 않으면 온라인 체크인할 때 비용을 내게 만들고, 공항 카운터에서 체크인하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내게 만든다지 않습니까. 심지어 온라인 체크인은 승객 편의가 아니라 좌석 선택을 강요하기 위한 요금 구조라는 겁니다. 온라인 체크인하면 항공사 일을 덜어주는 건데, 깎아주면 깎아주지 왜 더 받느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항공권이 있으니 비행기 못 탈까 걱정하지 말라네요. 단지 항공사 마음대로 지정해준 자리에 앉는 불편은 있겠지만. 그러면서 출발 세 시간 전에는 도착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하는군요. 항공사가 뭔가 승객을 더 괴롭힐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을 수도 있으니, 그런 빌미 안 주도록 일찍 가라는 겁니다. 세상에...


항공사 이름이요? Wizz Air 랍니다. 어디 적어 놓으세요. 돈 걱정 안 하는 분이라도 여행 구간에 항공편이 없으면 방법이 없다니까요. 그럴 땐 되도록 폭탄은 피해야지요.


Noname.jpg


매거진의 이전글체코일기 2026.02.02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