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다섯 시도 되기 전에 집을 나섰습니다. 공항에서 말도 안 되는 돈 내야해서 씩씩대고.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잠이 들어 좁디좁은 자리도 불편한 줄 모르고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이름하여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
공항열차 타고 무정차로 로마 중앙역인 테르미니에 내려서 후로시노네 가는 기차로 갈아타 실험실에 두 시에 도착했습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는 말이지요. 커피 한잔하겠냐는 권유에 선뜻 그러마 했습니다. 간식으로 사다 놓은 듯한 빵도 권하는 대로 집어 먹었습니다.
배가 고팠기 때문일까요? 그거 먹고 마시고 제가 그랬습니다. 이거 맛보니 이태리 온 게 실감 난다고 말이지요. 언뜻 보기엔 피자 도우 구워놓은 것 같은데 먹을 때도 그렇고, 뒷맛은 또 얼마나 오래가던지요. 숙소에 있는 커피머신으로 내린 에스프레소는 에스프레소가 아니었네요.
로마 초행길인 후배를 위해 잠들 때까지 관광안내원을 자처했습니다. 겨울에 떠나서 봄에 도착한 로마. 날씨가 아주 쾌청합니다. 밤 열 시부터 천둥 번개가 친다는데, 지금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날씨가 좋습니다. 날씨가 변덕이라는 불평에 한 마디 거들거려다 말았습니다. 당신네 이태리 사람들처럼 말인가 하고. 흉보는 건 아니구요, 우리랑 너무 비슷하다니 하는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