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점심때나 되어서야 출근했습니다. 아침에 도무지 일어나지를 못하겠더군요. 오랫동안 주5일 근무에 익숙해 있다가 토요일에도 근무하려니 일요일엔 몇 시간씩 낮잠을 자야 견디겠더란 말이지요.
어젠 오래 벼르던 일을 하나 했습니다. 프라하에 있는 한인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왔거든요. 발주처에 일요일마다 프라하 한인 교회에 다니는 분이 있어 언제 한 번 따라간다고 벼르던 걸 어제 다녀온 겁니다. 서울에서 대전 거리인데 교통이 불편하다 보니 심할 때 네 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 거리를 두 시간 남짓 예배드리고 교우들과 봉사하기 위해 다녀오는 게지요. 저라면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일인데 말입니다.
차를 가지고 가기도 했지만, 아침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채 두 시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잠깐 목사님 내외 뵙고 이야기 나누고 예배실에 올라가 모처럼 기도에 침잠할 수 있었습니다. 기도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어디서든 못하겠습니까만, 그게 마음 같지 않습니다. 리야드에서 살 때 새벽기도를 잠시 멈추고 그 시간에 집에서 기도했던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교회에서만큼 집중되지를 않는 겁니다. 생각해보니 교회까지 운전해 가는 시간이 기도를 준비하는 과정이더군요. 준비된 상태로 들어서니 바로 기도에 침잠할 수 있었던 것이고. 어제도 그랬습니다.
이 교회가 독특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한국 교인은 몇 되지 않고 대부분 체코 분들이라고 했거든요. 예배 끝나고 점심을 대접하는데, 그거 드시러 오신다는 겁니다. 노숙자가 대부분이고, 한국 음식이 좋아서 오는 분도 계신답니다. 어제는 체코 분들이 쉰 명도 넘게 오셨습니다. 한국 교인들은 봉사하는 분 서넛이 전부였습니다. 발주처 직원께서 모 교회의 협력교회라고는 했습니다만, 그 먼 거리를 달려가서 예배드리고, 봉사하는 건 아무래도 대단해 보입니다.
저도 뭔가 거들 게 있을까 했는데, 손님이라고 대접만 받다 왔습니다. 올 때 반찬도 몇 가지 싸주셔서 돌아와 동료들과 잘 먹었습니다. 지난주에는 체코 교인 몇 분이 이곳 음식인 굴라쉬하고 몇 가지를 준비해오셨는데, 체코 분들이 오히려 한국 음식이 아니라고 섭섭해하기도 했답니다.
예배는 한국어와 체코로 드렸습니다. 목사님께서 한 마디 말씀하시면 곧이어 체코어로 통역이 되는데, 처음에는 녹음한 걸 틀어놓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광고하시는 걸 듣다 보니 그것도 아닌 거 같았습니다. 체코 분들 반응에 따라 하시는 말씀도 있었거든요.
글쎄 놀랍게도 구글 번역기라지 않습니까. 통역할 때까지 1~2초 공백이 있기는 한데, 그 정도면 통역사가 필요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목사님께서 비교적 천천히 또박또박 발음하시는 게 느껴졌습니다. 목사님께서도 시행착오가 조금 있기는 했지만, 이젠 익숙해져서 통역 수준도 많이 나아졌다고 하시더군요.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는 것만큼 문장이 되게 말하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말하자면 비문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기계가 사람만큼 알아듣기는 어려운 일일 테니까요.
예배 마치고 돌아와 식사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그것 가지고 한 주 피곤을 풀기는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그것 때문에 오늘 늦게 출근해 동료들에게 좀 민망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예배드리러 갈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생각을 고쳐먹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