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정치

by 박인식

청문회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청문회는 과정에 적지 않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지만 사회의 전체적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적어도 공직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젊은 날부터 몸가짐을 바르게 할 것이고 그런 모습이 결국은 사회 전체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2004.10)



소란스러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무대에 나오면 먼저 악기를 조율하느라 한동안 소란스럽다. 그러고 나면 멋진 화음을 이루는 연주가 시작된다. 누군가 지금의 소란스러운 정국을 연주하기 전에 조율하는 과정의 소란스러움에 비유하던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기는 하겠는데 기본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짓이라 그리 되려는지. (2004.10)



아마추어


최근 국정 난맥상의 원인이 된 대통령 직속 각종 위원회의 행태를 비난하는 여론에 대해 이를 총괄하는 정책기획위원장이 “아마추어일수록 구태와 시류에 덜 물들었으니 태도가 공평무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풍부하다”면서 “오히려 아마추어가 희망”이라고 했다.


아마추어이니 구태와 시류에 덜 물 들었을 수 있고, 이런저런 인연에 얽혀있지 않을 테니 공평무사할 가능성도 있고, 고정관념에 묶여있지 않을 테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가능성으로 정책을 세우고 그것을 집행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껏 이루어진 일을 보면 구태 뺨치는 행위가 적지 않고 공평무사와는 거리가 멀뿐 아니라 그렇다고 뾰족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 같지도 않다. 아마추어로서 강점이 있다 해도 그것이 기존 조직에 생기를 불어넣는 활력소가 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들 스스로가 주체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은 그들의 아이디어를 시험하기 위해서 희생해도 되는 소모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5.06)



학력 콤플렉스


야당 대변인이 현직 대통령의 학력 콤플렉스를 빗대어 다음 선거에서는 대학 나온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공당의 대변인으로서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 좋은 학교를 나오면 좋지만 학력이 사람의 능력이나 됨됨이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상업고등학교만 나오고도 대통령이 되지 않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어 지존의 자리에 앉았는데 어느 누가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고 그를 업신여길까. 그런데 그가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보이는 모습을 보면 콤플렉스라는 것이 그리 쉽게 극복 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그러니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대학 나온 대통령을 뽑자는 야당 대변인의 발언을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2005.06)



민주주의


민주주의를 추구한다면 그 과정이 민주적이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열망이 크면 클수록 그 과정은 민주적인 것과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그것이 바로 운동권의 한계이다. (2006.08)



변화


궁극적으로 변화를 이루기 원하나, 아니면 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만족하나? 그저 변화를 추구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던 무엇이 문제일까. 그러나 궁극적으로 변화를 이루고자 한다면 그 수준과 속도가 변화되어야 할 당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변화되어야 할 당사자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과 속도를 요구하는 급진주의적 사고를 나는 신뢰하지 않는다. (2007.06)



레임덕


현 정부의 임기가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고 개각을 단행할 뿐 아니라 남북정상회담까지 열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여기고 그를 감사하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사람은 뒷모습으로 평가한다는 말처럼 한 정권 또한 마무리하는 모습으로 그의 공과를 판단할 텐데, 그렇다면 남은 반년은 일을 새로 벌이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펼쳐왔던 일을 마무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을 새로 발표한다는 것은 후임자의 통치 방향을 제약하는 일이니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반년을 끌어갈 새로운 내각을 구성한다는 것은 미처 챙기지 못한 자기 식구들에 대한 배려로 밖에는 달리 여겨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음에도 남북정상회담을 굳이 추진하는 일에 정치적인 의도가 없다하기 어렵다.


일을 하다보면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고 의욕이 지나쳐 일을 그르치는 일은 항용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잘못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이 국민 대다수라면 의사 결정권자들이 좀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시 이것이 임기 말 권력 누수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이 아닌가 하여, 혹은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의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여 염려스럽다. (2007.08)



논점의 회피


요즘 세간의 관심사인 허위학력과 관련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나름대로 소신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그 소신이 하나같이 학력지상주의의 폐해에만 관점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아 보기에 영 씁쓸하다. 물론 그런 상황이 되도록 만드는데 학력지상주의가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모두 다 자신의 학력을 속이는 것은 아니지 않나? 문제의 본질은 학력을 ‘속였다’는데 있는 것인데 마치 ‘학력지상주의’가 문제인 것처럼 논점을 왜곡하여 그 논점으로부터 자신이 피해나가겠다는 심산이 있는 건 아닌가? 허위학력 때문에 문제된 이들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자신 또한 피해자인연 하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든다.


이런 현상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되는 건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가 아니라 ‘저임금’과 ‘고용불안’인데 그것을 마치 ‘비정규직’이 문제인 것처럼 몰아붙여 기업 경영을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비정규직인 프리랜서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선진국은 프리랜서의 수요와 공급을 잘 조절해주는 것으로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기업은 기업대로 고정비의 부담을 줄여 경영합리화를 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비정규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국민 전체에 팽배해 있는 것이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오류가 단순히 잘못 생각해서 그런 것이라면 바로 잡으면 되는 일이지만 혹시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몰아가는 건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다. 의도를 가지고 몰아간다면 설명해서 바로 잡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말이다. (2007.08)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새로 구성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정부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작업을 마무리하고 국회에 심의의결을 요청했는데 국회에서 채 심의도 이루어지기 전에 현직 대통령이 국회에서 의결된다고 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하는 일이 일어났다. 설마 했는데 기어코 이런 일이 일어나서 새 정부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게 되었다. 이에 대해 보수계열의 신문에서는 일제히 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한나라당과 인수위원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는 진보계열의 신문과 노 대통령의 출신인 민주신당에서마저도 그 처사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과연 현직 대통령이 자기 철학과 가치를 스스로 부정해야 하는 법률에 서명하기를 거부하는 게 그렇게 비난받을 일인가? 노 대통령도 “부처 통폐합이 단지 일반적인 정책의 문제라면 떠나는 대통령이 굳이 나설 것 없이 국회에서 결정해 주는 대로 서명 공포할 수도 있지만, 참여정부가 공을 들여 만들고 가꾸어 온 철학과 가치를 허물고 부수는 것이라면 여기에 서명하는 게 그동안 참여정부가 한 일이 잘못되었다는 걸 인정하고 이를 바꾸는 일에 동참하는 결과가 될 것이니 굳이 떠나는 대통령에게 서명을 강요할 일이 아니라 새 정부의 가치를 실현하는 법은 새 대통령이 서명 공포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거부권 행사 의향을 밝히지 않았나. 기왕에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새로운 조직으로 새롭게 출범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임 정부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법률을 만들고 그 수장으로 하여금 서명하도록 요구하는 일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현직 대통령이 주장하는 대로 새 정부 출범이 다소 늦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 정도 예의는 지키는 게 옳지 않을까. 나 또한 현직 대통령의 정책에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이건 도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국회가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거부권 행사를 운운한 것 또한 ‘새 정부에 대한 딴죽 걸기’라기 보다는 ‘국회에서 통과된 법만 믿고 새 정부 구성을 준비했다가 뒤통수를 맞게 될 새 정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는 주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2008.01)



국민의 뜻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한 것이 국민의 뜻이었다면 수입이 허용되고 한 달이 채 못 되어서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간 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한 국민과 수입한 미국산 소고기를 사먹는 국민이 별개인가, 아니면 국민이란 본디 그렇게 잘 변하는 것인가. (2008.11)



대통령


하도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데어서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정치하는 사람이 아닌 일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한 표를 행사했다. 그렇게 출범한 정권이 반환점을 돌아 권력 누수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니 대통령은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하게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대통령은 행정가가 아니라 정치가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2011.01)



살인과 과실치사


법은 의도적으로 사람을 죽인 것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사람이 죽음에 이르도록 한 것을 구분해서 처벌하고 있다. 세월호 선원을 살인죄로 기소했다고 한다. 그들의 죄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사람이 죽음에 이를 줄 알면서도 그 의무를 회피한 것이지, 그 소행이 괘씸하다 해서 의도적으로 사람을 죽인 죄로 여길 수는 없는 일 아닐까? 법조차 시류를 따라 해석해서야 되겠나? (20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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