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피리는 베이스 박영두에게 아주 뜻 깊은 오페라입니다. 자라스트로의 아리아 <들어주오! 이지스와 오지리스 신이여, O Isis und Osiris>가 성악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 부른 아리아였고 대학입시곡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쾰른 오페라극장 데뷔무대가 바로 이 오페라였지요.
쾰른 오페라극장 오페라스튜디오 단원이던 2010년에는 승려 역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비스바덴 오페라극장으로 옮긴 후에는 이 오페라의 중심인물인 자라스트로 역을 맡아 서른 번 가까이 공연했습니다.
비스바덴 오페라극장에서는 독특하게도 어린이가 쉽게 즐길 수 있도록 내용을 한 시간 정도로 축약한 <어린이를 위한 ‘마술피리’>를 공연합니다. 거기에도 자라스트로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언젠가 큰 아이(혜인)가 어린이 관객으로 그 공연을 보고 분장을 지우지 않은 아빠 품에 안겨 얼굴이 발그레하게 상기된 표정으로 찍은 사진이 생각납니다. 아빠가 공연하는 걸 직접 본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을 겁니다. 곧 둘째 아이(혜원)도 보게 되겠지요.
○ 쾰른 극장, 승려 역
[2010년] 12/11, 12/14, 12/16, 12/18, 12/20, 12/22, 12/25, 12/27, 12/29
○ 비스바덴 극장, 자라스트로 역
[2016년] 10/14, 10/23, 10/30, 11/6, 11/18, 11/27, 12/7, 12/26, 12/29
[2017년] 1/7, 2/1, 6/4, 12/8, 12/21
[2018년] 1/4, 1/6, 4/13, 4/19, 6/24
○ 비스바덴 극장, 어린이를 위한 <마술피리> 자라스트로 역
[2017년] 8/27
[2018년] 8/22, 9/23, 11/25
[2019년] 1/27, 6/13, 6/17
○ 마포문화재단 상암동 수변무대, 자라스트로 역
[2019년] 9/6, 9/7
모차르트가 죽기 두 달 전에 완성한 작품으로 지금도 널리 사랑받고 있는 오페라 중 하나로 꼽힙니다. 다수의 오페라가 노래(아리아와 레치타티보)로만 이루어져있는데, 이 오페라는 대사가 꽤 많습니다. 이와 같이 주고받는 대사에 서정적인 노래가 곁들어진 독일 오페라는 징슈필이라고 합니다.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가 바로 징슈필의 대표적인 작품이지요.
모차르트는 후원자였던 오스트리아의 황제 요제프 2세가 사망하자 후원받을 곳이 없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때 연출가이며 극장을 운영하던 친구 쉬카네더가 자기 극장에서 공연할 징슈필의 작곡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당시 모차르트는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퀴엠>과 오페라 <티토 황제의 자비>를 동시에 작곡하고 있었지요. 이중 <티토 황제의 자비>는 보헤미아 왕으로 즉위하는 레오폴드 2세 대관식에 맞춰 공연할 예정이어서 시일이 촉박했고, 그래서 쉬카네더가 부탁한 작품은 한동안 작곡에 손도 대지 못했습니다. 이후 쉬카네더가 쓴 대본을 바탕으로 오페라 <마술피리>를 작곡합니다. (당시에는 대부분 오페라가 이탈리아어로 되어있지만 모차르트는 이 오페라에서 독일어를 사용했습니다.)
<마술피리>는 쉬카네더가 운영하던 빈에 있는 비덴 극장에서 1791년 9월 30일 모차르트 지휘로 초연되었습니다. 이때 연출 역시 쉬카네더가 맡았습니다. 이 작품은 그 해에만 100번 넘게 공연되는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모차르트는 과로를 이기지 못하고 공연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석에 눕게 되었고, 그해 12월에 사망합니다.
작품의 배경은 고대 이집트 제국의 신전. 현자 자라스트로가 지배하는 ‘지혜의 세계’에 대항하는 밤의 여왕의 ‘어둠의 세계’ 사이의 대립을 보여줍니다. 큰 뱀에 쫓기던 타미노가 파파게노를 만납니다. 이때 밤의 여왕이 나타나 초상화를 보여주며 유괴된 딸 파미나를 구해달라고 부탁하지요. 초상화를 보고 파미나의 모습에 반한 타미노는 마술피리를 들고 파파게노와 함께 파미나를 유괴한 자라스트로에게 갑니다. 자라스트로를 찾아간 타미노와 파파게노는 파미나를 구하지만, 사실은 자라스트로가 현자이고 파미나는 밤의 여왕의 강권에 못 이겨 자라스트로를 죽이러 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자라스트로가 밤의 여왕을 물리치는 것으로 오페라는 막을 내립니다. 주요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자라스트로; 베이스. 지혜의 세계를 다스리는 현자
○ 밤의 여왕; 소프라노. 별빛세계의 여왕이자 파미나의 어머니
○ 파미나; 소프라노. 밤의 여왕의 딸
○ 타미노; 테너. 주인공 왕자
○ 파파게노; 바리톤. 타미노와 동행하는 새잡이
○ 파파게나; 소프라노. 파파게노의 연인
○ 모노스타토스; 테너. 자라스트로의 부하
[1막 1장]
길을 가던 왕자 타미노가 커다란 뱀을 만나 잡아먹히려는 순간 밤의 여왕의 세 시녀가 나타나 구해줍니다. 타미노를 구해준 세 시녀가 밤의 여왕에게 알리려 간 사이 파파게노가 피리를 불며 나타나 <나는야 새잡이, Der Vogelfänger bin ich ja>*를 부릅니다. 정신을 잃었던 타미노가 깨어나서 파파게노를 보고 자기를 구해준 사람인지 묻는데, 파파게노는 능청스럽게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지요. 세 시녀를 통해 파파게노의 거짓말을 들고 화가 난 밤의 여왕은 파파게노의 입에 자물쇠를 채웁니다. 밤의 여왕은 타미노에게 뱀을 물리친 것이 자기들이라고 말하고 한 여인의 초상화를 보여준 뒤 퇴장하는데, 타미노는 초상화를 보고 한 눈에 반해 <이 초상화의 여인은 너무나 아름다워, Dies Bildnis ist bezaubernd schön>를 부릅니다.
파파게노 <나는야 새잡이, Der Vogelfanger bin Ich ja>
https://www.youtube.com/watch?v=DpMCRXyW7nk
세 시녀가 다시 나타나 초상화의 여인은 파미나 공주인데 지금 자라스트로라는 악마에게 잡혀 있어 어머니인 밤의 여왕이 타미노가 구해주기를 기대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타미노가 파미나를 구하겠다고 하자 밤의 여왕이 나타나 <두려워하지 마라. 젊은이, O zittre nicht, mein lieber Sohn!>를 부르며 격려합니다. 그때 입에 자물쇠가 채워진 파파게노가 자기 좀 구해달라고 하면서 나타납니다. 타미노는 거짓말을 했으니 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지만 파파게노가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시녀들은 그의 입에서 자물쇠를 빼줍니다. 그리고 타미노와 파파게노를 도울 세 소년을 딸려 보냅니다.
[1막 2장]
자라스트로에게 잡혀온 파미나가 노예들에게 끌려나오자 자라스트로의 부하인 모노스타토스는 파미나에게 욕정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항하는 파미나를 결박한 후 범하려고 하는데, 다행히 그곳에 길을 잃은 파파게노가 들어오지요. 그에 놀란 모노스타토스는 도망가 버리고 파파게노가 쓰러진 파미나를 일으킵니다. 깨어난 파미나가 누구인지 묻자 파파게노는 초상화를 보여주면서 타미노와 함께 파미나를 구하러 왔다고 말하고 파미나를 데리고 도망칩니다.
이때 파파게노를 잃어버린 타미노 앞에 자라스트로의 대변인이 나타나 뭘 찾느냐고 묻습니다. 타미노는 악마 자라스트로를 물리치고 <사랑과 미덕, Der Lieb' und Tugend Eigentum>을 찾는다고 노래하지만 대변인은 자라스트로는 악마가 아니라 현자이며 파미나도 무사히 있다고 말해줍니다.
도망치던 파파게노와 파미나 앞에 웅장한 행진곡과 함께 자라스트로를 찬양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자라스트로가 나타납니다. 자라스트로에게서 도망치려던 파미나는 절망하지요. 자라스트로를 만난 파미나는 모노스타토스가 자신을 능욕하려고 했고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도망치려 했다고 말합니다. 이야기를 들은 자라스트로는 파미나를 용서하겠지만 어둠의 세계를 지배하는 밤의 여왕에게 돌려보낼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이때 모노스타토스가 사로잡은 타미노를 끌고나오는데, 파미나가 그를 보자마자 달려와 껴안습니다. 이 모습에 화가 난 모노스타토스는 자라스트로에게 타미노에게 벌을 내려달라고 말하지만 자라스트로는 오히려 모노스타토스에게 벌을 내리는 것으로 1막이 끝납니다.
[2막 1장]
타미노를 수련시키기로 마음먹은 자라스트로가 승려들과 함께 과연 타미노가 제대로 과연 수련을 잘 마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많은 승려들이 의심하지만 자라스트로는 타미노가 잘 감당해내리라고 확신하고 신에게 타미노의 앞날을 축복하며 <들어주오! 이지스와 오지리스 신이여, O Isis und Osiris>*를 부르지요. 자라스트로가 퇴장하자 파파게노와 타미노가 다른 승려들의 안내로 사원에 들어옵니다. 파파게노와 타미노를 데려온 승려들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모든 수련을 거쳐야 한다고 말하자 타미노는 바로 그 제안을 승낙하지만 파파게노는 망설이다가 채근을 받고서야 비로소 승낙합니다.
자라스트로 <들어주오! 이지스와 오지리스 신이여, O Isis und Osiris>
https://www.youtube.com/watch?v=YUFqh2YJyMM
시련이 시작되자마자 타미노와 파파게노 앞에 밤의 여왕의 세 시녀들이 나타납니다. 시녀들은 빨리 이 신전에서 나가지 않으면 자라스트로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하지만 타미노는 이를 잘 참아내고 승려들은 세 시녀들을 쫓아냅니다.
자라스트로한테 벌을 받았던 모노스타토스가 파미나를 찾아와 또 다시 욕정을 드러내며 <모두가 사랑을 나누는데, Alles fühlt der Liebe Freuden>를 부릅니다. 그때 타미노와 파파게노를 따라다니며 수련을 방해하던 밤의 여왕은 자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자 화가 난 채로 파미나를 찾아옵니다. 파미나는 그런 어머니를 보면서 기뻐하지만 밤의 여왕은 딸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자라스트로를 죽이려는 일념으로 파미나에게 단검을 주면서 유명한 아리아인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 속에 끓어오르고, 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을 부르며 자라스트로를 죽일 것을 강요합니다.
밤의 여왕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에 끓어오르고, 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
https://www.youtube.com/watch?v=JzFi-7H9TKs
[2막 2장]
밤의 여왕의 강요 때문에 파미나가 갈등하자 자라스트로는 <이 성스러운 궁전에는 복수가 없다, In diesen heil'gen Hallen>*고 노래하며 파미나를 위로하고, 파미나는 안정을 되찾습니다. 타미노는 파미나를 만나지만 수련을 시작할 때 서약 때문에 파미나에게 한 마디도 하지 못합니다. 그런 서약을 모르는 파미나는 타미노가 더 이상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고 자리를 떠나지요. 파미나는 미쳐가고 결국 자살하기로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세 소년이 나타나 타미노가 마음이 떠난 것이 아니라 수련을 시작할 때 했던 서약 때문이라며 자살을 막습니다. 마지막 관문을 통과할 준비를 하고 있던 타미노는 파미나가 나타나자 함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고 승려들의 축복을 받으면서 사원으로 입장합니다. 밤의 여왕이 포기하지 않고 모노스타토스에게 파미나를 주겠다면 모노스타토스를 앞장세워 사원을 습격하지만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끝내 자라스트로가 밤의 여왕을 누르고 이기면서 오페라가 막을 내립니다.
자라스트로 <이 성스러운 궁전에는 복수가 없다, In diesen heil'gen Hallen>
https://www.youtube.com/watch?v=il-yF2L5WPQ
파파게노 <나는 한 여인을 원한다구요, Ein Mädchen oder Weibchen>
https://www.youtube.com/watch?v=QS02E8yH9r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