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by 박인식

잡초 (2021.07.04)


잔디밭에 토끼풀이 보여 뽑아버리려다 보니 잔디밭이 아니면 이렇게 푸대접 받을 일은 없었을 텐데 싶었다. 잡초는 쓸모없는 풀이 아니라 아직 쓸모가 확인되지 않은 풀이라고는 하더라만, 이걸 보니 있어야 할 곳이 아닌데 있는 풀 또한 잡초더라.



묘지 (2021.07.10)


저는 유럽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으로 묘지를 꼽습니다. 동네 한복판에 아름답게 가꿔진 묘지를 보면 낯설면서도 친숙합니다. 우리에게는 누군가를 버려두고 오는 곳인데 여기서는 함께 사는 곳이라는 것이 낯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시야에 함께 머물러 있어 친숙합니다. 또 하나, 집과 묘지까지의 거리가 삶과 죽음의 거리와 비례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멀리 떨어진 우리는 삶과 죽음이 분리된 것으로 여긴다면 동네 한복판에 있는 이곳 사람들은 죽음을 삶의 한 과정으로 여기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장례 때 애도하는 정도가 우리와 다른 것이 아닐까, 뭐 그런 생각도 합니다.


아내와 저는 무덤을 남기지 않기로 했습니다. 산 사람들 살기도 모자란 좁은 땅에 굳이 죽은 사람이 자리를 차지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말이지요. 부모님 무덤이야 아우들과 함께 의논해야 할 일이지만, 내심 우리 내외가 세상 떠나기 전에 없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묘지가 이와 같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학력 차별 (2021.07.20)


나는 오래전부터 입사시험에서 학력에 차등을 두는 것을 반대해왔다. 학력은 실력을 연마하기 위한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학력과 실력을 각각 평가하면 과정과 결과를 각각 평가하는 것이니 한 가지 요소를 이중 평가하는 셈이고, 결국 응시자는 이중으로 이익을 얻거나 이중으로 손해를 보는 셈이다. 따라서 입사시험에서 학력 평가를 없애면 적어도 명문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실력 없는 응시자가 발탁되거나 단지 명문학교를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실력을 갖춘 응시자가 탈락하는 부당함은 없앨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정의당에서 발의한 차별금지법안에 대해 교육부가 ‘학력’은 개인의 선택과 노력에 따른 결과이니 차별금지 사유에서 이를 제외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여론의 반발로 물러서기는 했다더라만, 만일 교육부가 ‘학력’이 아닌 ‘실력’을 차별금지 사유에서 제외해야한다고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래도 능력지상주의의 변형에 지나지 않는 일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웠을까?



겸손 (2021.07.21)


이제는 이전만큼 몸이 빨리 회복되지 않는다는 걸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야 할 나이가 되었다.



어두움 (2021.07.25)


나는 어두운 것이 싫다. 그저 싫은 정도가 아니라 어두운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현장에 근무할 때 불 꺼진 집에 들어서는 것이 그렇게 싫었다. 오죽하면 아내가 내려왔다가 주인 할머니께 퇴근할 때쯤 미리 불을 켜놔 달라고 부탁을 할 정도였다. 지금도 방마다 불을 켜놓는다. 무엇이든 아끼는 아내도 이제 더는 말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화면이 어두운 영화도 보지 않는다.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예외가 없다. 요 며칠 타임라인에 킹덤 시리즈 영화평이 보이던데,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은퇴 (2021.07.27)


오래 전부터 예순 다섯에 교회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했고 다행히 그 결심을 실천할 수 있었다. 물론 직책에서 물러난다는 것이 교인으로서 감당해야할 의무조차 벗어버리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막상 물러나고 보니 어디까지가 직책이고 어디까지가 의무인지 애매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고민 끝에 교회학교 교사에 지원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은퇴하고 나서도 설거지는 계속했는데, 그것과 그것이 뭐 다를까 싶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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