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2.05.05 (목)

by 박인식

오월 들어서니 숲이 짙어졌다. 이파리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것도 나름 운치는 있지만, 그래도 숲이라면 녹음이 짙어야 숲답지 않은가. 백수가 과로사 한다더니 하는 일 없는데도 아내와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아 안산자락길 걷자고 몇 번이나 벼르다 오늘에야 가게 되었다. 휴일이기도 하고 마스크 벗은 지도 며칠 되지 않아 사람에 치이지나 않을까 싶었다. 일찍 나선 까닭인지 그렇게까지 붐비지는 않는다.


아내는 짙어진 숲 보러 나섰겠지만 나는 내심 걷다 중간쯤에 영천시장으로 내려가서 순댓국으로 점심을 할 생각이었다. 두어 시간 걷다 영천시장에 내려가니 이미 순댓국집에 앉을 자리가 없다. 운 좋게 한쪽 구석에 자리를 얻었다. 국밥만으로는 아쉬워 순대 한 접시 시키면서 소주도 한 병. 반주 곁들인 것까지는 좋은데 그러고 나니 다시 산길을 오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독립문 공원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한잠 자고 다시 산길을 올랐다. 배가 부른데다 반주까지 곁들였으니 발걸음은 무겁고.


꾸역꾸역 다 걷고 내려오는 길에 쉼터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화해 여기 참 좋다고, 함께 걷자고 윽박질렀다. 그렇게 이웃 한 집과 다음 주에 걷기로 했다. 어쩔 수 없이 그러마고는 했겠지만 속으로는 코가 꿰었다고 투덜댔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함께 반주할 동무 하나 얻었으니 좋은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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