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2.05.12 (목)

by 박인식

큰 동서께서 굳이 점심을 사시겠단다. 처형들과 함께 용산가족공원 한 바퀴 돌고 점심 잘 얻어먹고 돌아왔다. 본가에서는 동생들 밖에 없는 장손이고 처가에서는 육남매의 끄트머리, 처사촌 스물 중에 열아홉 번째니 세상 편한 막내다. 아우들이 다 제 앞가림 잘하고 살아서 맏이라고 특별히 신경 쓸 것이 없지만 그래도 자리만 채우면 칭찬받는 막내에 비하겠는가.


아내는 처형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데도 유난히 우애가 좋다. 지난 가을 서울에 돌아오고 나서 한 주일도 거르지 않고 많을 때는 한 주일에 서너 번도 만난다. 내년이면 아흔이 되시는 큰 동서는 가까이 지내기엔 나이 차이가 너무 많고 일흔 중반이신 작은 동서는 일산에 살아 자주 보기 어렵다. 작은 동서가 이달 하순에 가까운 곳으로 이사 오시니 가끔 함께 걷기도 하고 식사도 하고 그럴까보다.


은퇴하고 지방에 내려가 살겠다는 사람이 종종 보이기는 하지만 나이 들수록 도시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지 싶다. 병원도 그렇고 문화시설도 지방으로 내려가기를 망설이게 만드는 이유로 꼽는다. 페친 한 분은 꿈에 그리던 대로 은퇴하고 강릉에 자리 잡기로 하고 요즘 집짓는 일에 푹 빠져 산다. 병원이며 문화시설 때문에 지방에 사는 게 망설여진다는 건 실상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지방에도 이모저모로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 설명하는 글을 자주 올린다.


그 분 글을 읽으면서 지방에 대한 편견이 많이 깨졌다. 그렇기는 해도 지방으로 가는 게 망설여지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 곰곰 생각해보니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이 들어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고, 무엇보다 일가붙이와 오랜 친구들을 떠나는 게 결코 쉬운 일일 수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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