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2.05.14 (토)

by 박인식

오래 전 교회 청년부에서 일하고 있을 때 일이다. 청년들이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 하지 않아서 까닭을 물으니 제약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회는 결혼식을 예배의 하나로 여겨 정한 절차를 따르기 원하고, 청년들은 자기가 주인공이 되는 일생일대의 축제로 여겨 화려하게 꾸미고 싶어 하는데, 이 괴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나름 청년들의 생각을 반영해 보려고 애를 썼지만, 고작 영상을 당사자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있게 만드는 정도 양보를 받아내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해외법인에서 일하다 보니 한국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참석할 기회가 없었다. 오늘 십 수 년 만에 결혼식에 참석했다. 그것도 두 곳이나.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을 보니 요즘은 예식이라기보다는 쇼에 가까웠다. 오전에 있었던 교회학교 제자의 결혼식이 딱 그랬다. 예식장 전체를 휘감는 현란한 불빛과 신랑신부의 화려한 춤과 노래까지. 식장 전면 벽이 열리면서 신부가 등장하는가 하면 복도 중간쯤에 만들어놓은 무대에서 예식의 대부분이 진행되었다. 젊음이 느껴져 신선하기는 했는데, 나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다행히 오후에 있었던 조카 결혼식은 진중한 예식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위트도 잃지 않아 편안한 마음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조카 내외를 마음껏 축하할 수 있었다. 이미 오래 전에 청년들의 사고방식을 쫓아가지 못하는 교회 지도층의 몰이해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다는 나 자신조차 내가 비판하는 상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말이다.


결혼식에서 신랑신부가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순서는 언제나 아쉬움으로 남았었다. 자식이 이미 가정을 이룬 성인이 되었는데 그들이 드리는 인사를 앉아서 받는 것도 보기에 편치 않고, 더구나 엎드려 큰절까지 올리는 모습은 늘 외면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자식이 결혼할 때는 사돈 내외분과 의논해 신랑신부가 서서 큰절 올릴 때 일어서서 반절로 받았다. 오늘은 두 결혼식 모두 부모는 앉아있고 신랑은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미리 말해줄 걸 그랬나 싶기는 했지만, 끝나고 나니 입 다물고 있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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