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인연이 닿아 독서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오면 꼭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였는데, 오자마자 좋은 기회가 생겼고 그것이 오늘 모임으로 이어졌다. 지난번에는 손님이었다가 오늘부터는 모임의 일원으로 참석했다. 모임의 반이 이십대이니 조심스러우면서도 기대가 컸다.
일전에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만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해서 몇 권을 추천했는데, 묘하게도 그 중에 첫 손가락에 꼽았던 강릉원주대 김지혜 교수의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선정되었다. 저자인 김지혜 교수는 대학에서 소수자와 인권과 차별에 대해 연구하며 가르치고 있다. 저자는 제목에서 말하고 있는 대로 ‘차별주의자 상당수가 오히려 차별의 피해당사자일 것 같은 선량한 시민’이라는 내용을 주제로 차별을 풀어나가고 있다. 뜻밖의 주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다 보면 차별이라는 것은 너나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어디서나 범함직한 일인 걸 알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차별받는 사람이기보다는 차별하는 사람인 줄 깨닫게 되어서 몹시 놀랐고, 이런 좋은 책이 많이 읽힐 것 같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오늘 살펴보니 뜻밖에도 이미 60쇄가 넘었다. 보통 한 번에 2천부씩 인쇄한다고 하니 적게 잡아도 십만 명 넘게 읽었다는 말이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참석한 젊은이들이 공교롭게도 직장에서 차별을 경험한 이들이라고 했다. 공교롭다고 말했지만 어쩌면 차별이라는 게 젊은이들에게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닌가 싶다. 안타까웠던 것은 그 차별이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차별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의사를 표시하는 게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구제절차에 익숙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미 당한 부당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서, 앞으로 다시는 그런 부당한 차별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누군가 같은 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차별에 대한 부당함을 명확하게 밝히기를 권했다.
이 책의 주제는 부당한 차별을 당하는 피해자의 처지와 ‘악의 없이, 본인도 의식하지 못한 채’ 차별을 가하는 선량한 소시민인 우리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것인데, 뒤의 주제에 대해서는 시간 때문에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누구와 만나도 말수를 줄여야 할 나이이다. 상대가 젊은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게 의식하고 애썼는데도 말 수가 너무 많았다. 다음번에 참석하려면 아예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각오라도 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