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있다고 문제에서 놓여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 돌아오니 사우디 소송 문제는 까마득한 일이 되었다. 볼 사람도 많고 갈 곳도 많다. 친가로 처가로 형제들 만나는 일도 적지 않고 요즘 따라 해외에 사는 친구들 한국 나들이는 왜 그렇게 잦은지. 백수가 과로사 한다더니 일정표를 만들어야 할 지경이 되었다.
아주 짧은 시간에 교회의 일원으로 녹아들 수 있었다. 모두 따듯하게 맞아준 교우 덕분이다. 6월부터는 점심식사도 하게 되는 모양인데 서둘러 설거지를 자원했다. 적정한 크기라는 게 있겠나마는, 교인의 처지에서는 교회가 이삼백 명 남짓한 것이 신앙생활에 좋다고 한다. 신앙생활이라는 것이 예배드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니 이런 일 저런 역할을 나누어 맡으면서 교제도 나누고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는 기쁨을 누리려면 그래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크면 교인이 나뉘거나 소외되는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니 딱 이 정도가 좋다. 그래서 아주 따듯하고 편안하다.
생각만으로도 숨 막히는 소송도 잊고 교회에 편안하게 녹아들어 뭐 하나 아쉬울 것이 없다. 참 좋기는 한데, 그러다 보니 기도를 잊었다. 지난주에도 예배드리기 전에 이번 주에는 매일 기도를 회복하리라 굳게 다짐했고, 역시 다짐으로 끝났다. 오늘은 일전에 목사님께서 보여주신 기도실이 생각나 그곳에서 머리를 숙였다.
모든 소리를 빨아들일 것 같은 정적이 그곳에 있었다. 시간이 좀 더 충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짙게 느껴졌다. 다음 주에는 아내와 함께 그곳을 찾을까 싶다. 십중팔구 다짐으로 끝나겠지만, 다시 한 번 내일부터 빠지지 않고 아침기도를 하리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