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없던 안동행은 며칠 전 미국에서 찾아온 친구를 만나고 페북에 올린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아직도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친구가 부럽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의 현장이 있는 예천은 워낙 한우가 이름난 곳이어서 가면 사줄 테냐고 물었고, 그러마고 했고, 그래서 내려갔다.
아홉시에 청량리역에서 KTX 타고 잠깐 한눈파는 새 안동에 도착했다. 그렇게 이름났다는 예천 한우 육회에 반주 한 잔 곁들여서 점심 잘 대접 받고 예천 양수발전소로 향했다. 이십 수 년 전에 설계만 하고 준공된 모습은 보지 못했다. 전력이 남을 때 하부 댐에 담아놨던 물을 상부 댐으로 올려놨다가 전력이 모자랄 때 그 물을 다시 하부 댐으로 떨어뜨려 발전하는, 말하자면 전력 저장시설인 셈이다. 상부 댐이 오르니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물이 말라 기대했던 풍경은 보지 못했다. 장마 한 번 지나고 나면 볼만 할 것이다.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같이 다녔으니 할 말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나이 먹으면 양기가 입으로 올라간다는 말이 참으로 옳다. 하회마을은 건너뛰고 병산서원(屛山書院)으로 향했다. 산이 병풍을 이룬다는 병산(屛山)을 마주하고 앉은 서원은 고즈넉하기 이를 데 없었다. 대청에 누워 선들거리는 바람을 맞으니 그대로 한잠 잤으면 싶다. 아는 게 없어 더 표현하지는 못하겠는데, 잠시 돌아보고 올 곳은 아니더라. 병산 아래 물가에서 몇 시간, 누각의 지붕과 대청마루 사이로 보이는 병산 바라보며 몇 시간, 그 대청마루에 네 활개 펴고 누워 낮잠 몇 시간쯤 자고 와야 하는 곳이더란 말이다.
내일 북콘서트 가기 전에 읽어야 할 책이 있어서 오는 기차 안에서 마저 읽었다. 생각해보니 집에 와서 읽고 오는 동안에는 창밖 경치를 즐겼어야 했다. 책 읽는다고 떡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뭐 한다고 차비 들여 다녀오면서 풍경을 즐기지도 못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