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2.05.31 (화)

by 박인식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이호재 선생의 모노드라마 <약장사>를 본 건 아마 70년대 말 언제쯤이었을 것이다. 연극을 자주 본 건 아니고 아마 열 손가락 꼽기도 바쁘겠지만, 그래도 내게는 그의 이름이 연극의 대명사로 남아있다. 간혹 TV에 얼굴을 비칠 때 그곳은 그가 있을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 같아 보였다.


얼마 전 그가 연기 60년을 맞아 학전소극장 무대에 오른다는 기사를 읽었다. 처음 그의 연극을 보았을 때 아직 삼십 대를 벗어나지 않았던 그는 올해로 여든둘이 되었다. 연극 본지도 오래되었고 무엇보다 연기 60년 기념 무대라니 말 그대로 기념비적인 공연이 되지 않을까 해서 망설이지 않고 예약을 했다.


아내와 모처럼 북촌 만두집에서 저녁을 먹고 대학로에서 차 한 잔 하고 조금 이르게 학전소극장을 찾았다. 예상했던 대로 중년이라기엔 나이가 좀 더 든 여성들로 극장 앞이 부산했고, 이백 석 남짓한 극장엔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공연 시간이 임박해 극장이 암전되자 묘한 설렘이 일었다. 그러고 한 시간 반 남짓.


기념비적인 무대를 기대하기엔 나이가 너무 들었기 때문일까? 몇 년 전 동숭아트센터에서 이순재 선생의 무대를 봤을 때가 꼭 지금 이호재 선생의 나이었는데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극장을 압도했다. 오늘 이호재 선생의 무대는 곱씹을 내용도 추슬러야 할 감동도 없이 그저 연기 60년에 의미를 두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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