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2.05.30 (월)

by 박인식

이십 년 넘게 온라인서점에서 책을 사보고 있다.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는 게 큰 즐거움이기는 하지만 그럴 여유가 점점 없어지기도 했고 온라인에 신간 소개가 많이 올라와 그때그때 사보는 데 온라인서점이 더 없이 편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외법인에서 일하느라 전자책에 의존하게 되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온라인서점에서는 책을 사면 포인트를 주는데 지금까지 쌓아만 두고 있다. 훗날 책 사볼 여력이 되지 않을 때 쓸 생각이었다.


요즘도 신간이 소개될 때마다 서점 구매목록에 올려놓고 하나씩 읽어가고 있다. 읽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목록에 올려놓은 책이 꽤 늘었다. 어제 그 중 신간 몇 권을 빼고 모두 지웠다. 이미 도서관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신간도 신청만 하면 한 달에 두 권까지 들여놓으니 신간 목록에서도 몇 개는 더 지우게 될 것이다.


공부하고 그다지 친한 편이 아니었는데 언제부터 책을 가까이 하게 되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호기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험하고 상관없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고.


책이 하나둘 늘어가니 둘 곳도 마땅치 않았고 이사할 때마다 큰 짐이었다. 리야드에서 집을 고를 때 거실 벽이 긴 집을 찾았다. 책을 한 눈에 들어오게 꽂는 게 꿈이었기 때문이다. 태반이 책과 음반이었던 이삿짐을 풀고 책장에 음반장에 정리하던 것이 리야드에 살면서 기억에 남는 몇 안 되는 순간 중 하나일 정도로 즐거운 일이었다.


이제 그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서가 곁에서 마음껏 호사를 누리고 산다. 말년에 복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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