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친구 아들 결혼식에서 친구들과 축가를 부른 일이 있다. 며느리가 일찍 아버지를 잃은 터라 시아버지 사랑에 무척이나 기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짠한 마음에 축가를 부르기로 한 것이다.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모여 연습을 하는데 며느리가 고맙다고 인사 왔다가 그만 눈물을 보였다. 그 모습에 누구는 괜히 헛기침을 하고 또 누구는 천장을 쳐다보고 그랬다. 지난겨울 그 친구를 만났더니 그때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면서 굳이 축가 부른 친구들을 모으라고 했다. 십 수 년이 지났는데도 그때 고마움을 잊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삼십 년이 다 되어 간다. 일 말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바쁘게 살던 때여서 친구들에게 제대로 연락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친구가 동창회 조기를 들고 문상을 왔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고마워했으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다 지금까지 제대로 고맙다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겨울 친구에게서 자기 아들 결혼식 때 축가 불러준 게 고맙다고 자리 한 번 갖자는 말을 듣는데 문득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찾아준 친구 생각이 났다. 어찌어찌 연락이 닿아 만나기로 했지만 사정이 생겨서 통화만 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어머니를 여의었다. 그 소식을 며칠 전에야 들었다. 어찌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오늘 그를 만났다. 조계사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의 절절한 사모곡을 들었다. 일곱 해 동안이나 사업과 병행해 어머니 병수발을 들었으니 얼마나 힘겨웠겠으며, 그렇게 모신 어머니를 여의었으니 그 슬픔과 허전함을 어떻게 짐작이나 할 수 있었겠나. 내가 한 일이라고는 그저 귀담아 듣고 그가 겪었을 슬픔을 헤아려보는 정도가 아니었을까. 그래도 그 시간이 그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