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까지 잘 쓰던 아이폰이 아침에 켜지지가 않았다. 휴대폰에 일상이 연동되어 있다 보니 머릿속이 엉켜버렸다. 동네에 있는 아이폰 수리점부터 찾았다. 돈이 얼마가 들던 원래 기능을 되살려 놓을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되살리는 건 문제가 없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젠 수리비용이 얼마가 될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가 한국에 돌아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우디에 있었어도 고치기는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겪었을 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그곳에서는 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을 걱정하는 건 사치에 속했다. 건강에 이상이 생겨도 과연 그것을 제대로 진단할 의사를 만날 수 있을지, 뭔가 고장 나면 원인은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 부품은 구할 수 있을지, 해결을 장담하는 사람을 믿을 수는 있는지 매번 걱정하고 의심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이라면 검색하고 전화 몇 곳에 걸어보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
물론 내가 외국인이었기 때문일 수 있고 그들과 말이 통했더라면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도 상식이 통하지 않고 예측이 불가능한 그곳의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었을 것이다.
오래 전에 거실에 앉아 찬양을 나지막하게 틀어놓고 묵상에 잠기면서 언젠가 이곳의 삶이 그리워진다면 아마 이 순간이 아닐까 생각했던 일이 있다. 이제는 그것조차 지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