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2.06.23 (목)

by 박인식

수요일 목요일 이틀에 걸쳐서 ‘빌리 엘리어트’를 주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두 모임 모두 삼십 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이 참석해 그들이 바라본 주인공과 주인공을 둘러싼 상황에 대한 느낌을 나누었다.


1980년대 탄광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파업이 진행되던 영국 어느 광산촌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한 소년이 발레에 대한 재능과 열정을 실현시켜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아들을 강인하게 키우고 싶어 권투를 시키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발레의 길을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들, 아이가 발레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끝내 왕립발레학교에 입학하도록 만드는 발레 선생. 영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 세 사람의 행동에 담긴 의미를 찾는데 초점이 모아졌다.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반대하던 마음을 돌이켜 오히려 아들이 발레를 계속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배반자라는 낙인을 무릅쓰고 파업에서 이탈하던 아버지의 모습에서, 가부장적인 시대 가부장적인 마을에서 감히 아버지의 뜻을 거슬러 발레에 대한 뜻을 접지 않고 오히려 아버지와 맞서는 아들의 모습에서,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고 혼신의 힘을 기울여 아이를 훈련시키지만 따듯함보다는 시니컬한 모습을 보이던 발레 선생의 모습에 감동을 받고 아울러 나름의 의미를 찾아냈다.


나는 영화의 모든 상황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당시의 시대적인 배경과 각자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그들이 모습이 무리하거나 과장되지 않아보였다는 말이다. 그래서 실화를 보듯 영화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아마 아버지로서 경험과 예술인들의 처지를 곁에서 지켜본 경험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대처리즘이 휩쓸던 1980년대의 영국 상황을 조사한 친구가 가져온 당시의 통계를 살펴보며, 스쳐 지나듯 보여준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서 읽어낸 등장인물의 상황과 심리에 대한 느낌을 들으며,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에서 출발해 가족이나 자기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돌아보는 그들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내내 행복했다. 그들과는 다른 세월을 살아온 내 경험이 그들의 지평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야기한 것이었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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