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2.06.24 (금)

by 박인식

고등학교 친구들이 한 달 만에 다시 모였다. 서울을 떠나 있으면서 늘 함께 만나 어울리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그래서 돌아오면 열심히 쫓아다니려고 마음먹었다. 오십 년 만에 만나는 친구도 만나자마자 옛날로 돌아갈 수 있는 마법같은 자리는 언제나 즐겁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니 걱정스러운 소식, 섭섭한 소식도 적지 않다.


건배 할 때 이십 년 동안 만나자고 선창을 해서 한참 소란스러웠다. 그때까지만 살라는 말이냐, 너는 그때까지 살 자신은 있냐, 뭐 대충 그때까지는 살지 않겠느냐. 그러면서 낄낄대고 웃을 수 있어 즐거웠다. 그런데 지난달에 나왔던 친구가 식도암 판정을 받아서 곧 수술을 앞두게 되었다는 소식에 모두들 침울해졌다. 그래도 수술을 할 수 있다니 다행스럽기는 하다.


건너편에 앉은 친구 하나가 낯은 익은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옆에 앉은 친구에게 슬며시 묻고 나서야 비로소 누군지 알아봤다. 눈썹도 짙고 잘생긴 얼굴이었는데 머리털 다 빠지고 그나마 남은 머리털도 허옇게 되고나니 그나 나나 뭐 거기서 거기가 되었다. 그래서 몹시 유쾌했다. 나를 유쾌하게 만든 그 자가 누구인지 짐작해보시라.


KakaoTalk_20220625_101336748_06.jpg
KakaoTalk_20220625_101336748_05.jpg
KakaoTalk_20220625_101336748_03.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2.06.23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