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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잉여일기

2022.07.24 (일)

by 박인식

교회 친구들과 중창을 시작하면서 자식 혼사에 축가 부르는 걸 목표로 삼자고 했지만 그때까지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 친구 하나가 며느리를 얻게 되었고,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았던 축가를 실제로 부르게 되었다. 그때 친구가 얻은 며느리가 오늘 권사가 되었다. 권사는 어머니 세대나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며느리 세대까지 내려간 걸 보니 세월이 흐르기는 했다.


귀국하면서 본 교회로 돌아가지 않았다.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신앙의 본질에 관한 문제였고 바로 잡을 방법이 있었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몇 년 만에 만난 친구가 왜 교회에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내 딴에는 오해가 없도록 잘 설명했는데 친구에게는 요령부득한 말로 들렸을 것이다.


이제 그런 걸 따져 뭘 어떻게 하겠느냐, 교회 일은 아우들에게 맡기고 옛날처럼 그저 예배 마치고 모여서 밥 먹고 노래하고 그렇게 지내면 얼마나 좋으냐고 했다. 그런 게 뭐 중요하냐는 말은 흘려들을 수 있었는데 예전처럼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나니 마음이 먹먹했다. 아, 이제 그 아름답던 시간은 다시 오지 않겠구나 싶어서 말이다.


자식의 친구이고 친구의 자식인 이들이 벌써 교회의 중추가 되었다. 자라나는 것을 지켜보고 교회학교에서 함께 뒹굴던 그이들이 장로가 되고 권사가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지내지 못하는 것은 그저 섭섭하고 말 일인데 교회학교에서 청년부에서 만난 그들이 교회의 중추가 된 모습을 지켜보며 격려하고 함께 기뻐하지 못하는 건 섭섭함으로 덮어지지가 않는다. 마음은 굴뚝같은데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임직예식에 가지는 못하고 사진만 받아 보았다.


지금은 중추가 된 그들이 그래도 잊지 않고 보자고 하니 못 이기는 척 만나기로 했다. 몹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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