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부임을 앞두고 현장에 내려간 것이 마지막이었으니 며칠 전 현장을 찾은 것이 14년 만의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후배들이 잘 감당하고 있어서 현장에 가도 딱히 내가 할 일이 있는 건 아니다. 그렇기는 해도 한 걸음 물러나 있는 상태라서 방해가 되지나 않을까 싶어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사우디 부임하기 이삼 년 전에 공채로 입사한 친구가 담당 부장으로 사업을 이끌고 있었다. 나와 함께 근무한 건 공채 신입사원 시절이었고, 후배라기보다는 자식 같은 친구라 그와 이야기를 자주 나누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해도 한 식구인데 관심이 없을 리 없었고. 아마 내가 떠날 때까지 미혼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 정부정책으로 중지되었던 사업의 재개를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회의를 앞두고 담당 부장이 사업현황을 설명하는데 자료도 충실하고 업무를 꿰뚫고 있어서 내가 달리 준비할 일이 없어 보였다. 합동회의에서도 차분히 설명을 이어나가는 걸 보면서 흐뭇했다. 이제는 걱정을 접어도 되겠다. 현장에 내려와 관련사 모두 자기 역할을 잘 감당할 뿐 아니라 사안마다 머리를 맞대고 적절한 답을 찾아가는 걸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꼈다.
청색은 쪽에서 얻지만 쪽보다 더 푸르다더니 (靑出於藍 靑於藍), 정녕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