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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잉여일기

2022.08.02 (화)

by 박인식

2011년 3월 11일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은 지진이 일상이다시피 한 일본에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규모 9.1의 강력한 지진이었다. 여느 지진과 달리 6분이나 지속되었고 그 후 한 해 동안 규모 4.0 이상인 여진이 무려 5,383회나 발생했다. (1982년 3월에 일어난 울진지진은 규모 4.7에 채 1분도 지속되지 않았는데도 그걸 겪으면서 공황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진이 아니었다. 지진으로 인해 쓰나미가 발생했고, 그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관련 학계에서는 11년 전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이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은 세계적인 재난일 뿐 아니라 업무와 관련한 일이어서 지진이 일어난 이후 최근까지도 관련한 영상만 보이면 빼놓지 않고 챙겨봤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쓰나미가 밀어닥치고 그로 인해 집이며 자동차가 마치 나뭇잎처럼 떠다니는 걸 보면서 사람이 대단한 것 같아도 천재지변 앞에서는 결국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워낙 압도적이어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당시 영상을 보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 많았다. 밀려오는 쓰나미를 피할 생각은 하지 않고 지켜보는 사람도 많았고, 자동차를 옮겨놓을 시간이 충분해 보이는데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자동차들이 떠내려갔다. 쓰나미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니 그저 이삼 층 높이에 올라가 있으면 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수위가 조금만 높아져도 곧 물에 잠길만한 곳에 자동차를 그대로 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쓰나미가 밀려오는 걸 구경할 시간이면 자동차로 가족을 데리고 피신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오늘 NHK에서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첫 사흘간의 영상을 시간대별로 정리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보아온 어떤 영상보다 체계적이고 충실하게 만들어졌다. 영상 말미에 나오는 “과소평가했고, 더 심각하게 생각했어야 했다”는 피해자들의 회고가 좀처럼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아, 그랬었구나. 자주 겪는 일이니 대처할 방법을 잘 안다고 생각했었구나. 이미 이틀 전에 본진(本震)을 예측할 수 있는 전진(前震)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섬뜩하다. 남의 일이 아니다 싶기도 하고. 혹시 징조가 이미 우리 앞에 나타났는데도 밀려오는 재난을 쳐다보고만 있는 건 아닐까.


48분이나 되는 무척 긴 영상이다. 하지만 그로서 얻는 교훈에 비한다면 찰나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일견을 추천한다.


https://www3.nhk.or.jp/nhkworld/ko/ondemand/video/3016087/?cid=wohk-fb-in_ko_vod_20220111_20220131_Tsunami_Ep1_ko_2022Jan_Documentary_ad_dps-202201-1&fbclid=IwAR0DHGsDK-pWr_OZeib_bM5Xc7hO_1tErMUR_vMfNh0YwTaxQxyQSRL1u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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