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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잉여일기

2022.08.06 (토)

by 박인식

누군가 교회는 신앙이라는 요소를 빼고 나면 더할 수 없이 이해하기 어려운 집단이라고 했다. 자기 것이라면 조금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현대인들이 시간과 열정을 더 쏟아 붓지 못해서, 돈을 더 내지 못해서 안달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 집단에 속해 있는 사람으로 그들과 같은 삶을 살았다.


나는 교회란 예수의 복음을 땅 끝까지 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그 결과가 교회의 부흥으로 나타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매진했다. 십 수 년 한국 교회를 떠나 있으면서 내가 매진한 그 일이 교회와 신앙의 본질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복음 전파니 교회 부흥이니 하는 것은 모두 교회 팽창을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이 교회가 존재해야 할 이유도 아니었고 세상이 교회에 기대하는 바도 아니었는데.


오늘 교회에서 공공신학을 주제로 한국교회 현실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특별 강좌가 열렸다. 교우 중 한 분이 강좌를 이끌었는데, 그는 설문조사 결과 다른 종교와 달리 기독교에 대한 평가가 부정 일색이라면서 그 이유로 ‘사회가 교회에 기대하는 것’과 ‘교회가 핵심가치로 여기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꼽았다.


강의 말미에 참석자 한 분이 “사회에서 교회가 약자를 돕고 선을 베풀기를 기대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그것이 꼭 교회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답이 궁금했다. 그것이 교회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늘 들어오던 논리였고,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게 만든 족쇄였기 때문이다. 답은 기대 이상으로 명쾌했다. 그것이 ‘예수께서 이 땅에서 하신 일’이고 ‘우리에게 원하시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돌이켜보니 그동안 교회의 본질을 오해하고 있었다. 교회의 본질은 ‘성경에 대한 인간의 해석’이 아니라 ‘예수께서 행하신 일’이었는데.


중앙루터교회 어른 교회학교 2부 [공공신학과 한국교회] 11:58부터 시작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pDCgk0WDZ4&t=85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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