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대만을 침공할 것인가?
한청훤
사이드웨이
2022년 8월 3일
국경을 맞댄 나라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경우가 드물다. 직접 국경을 맞댄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이웃한 일본이나 중국과 관계가 그와 다르지 않다. 특히 일본은 불과 백 년도 안 된 과거까지 우리나라를 지배했으니 반일정서가 오히려 자연스럽다. 우리나라를 지배하기로 따지면 중국도 이에 못지않지만, 일본처럼 직접 통치한 것이 아닌데다가 일제 강점기 이전에 있었던 일이니 반중정서가 일본만큼은 아니었다. 하지면 최근 몇 년 사이에 반중정서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그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태어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온 청년 세대에게 일인독재, 대중문화 검열, 언론 탄압을 자행하는 중국 공산당의 형태가 더욱 부정적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반중정서가 급격하게 부상한 결정적인 계기는 2016년 사드 사태가 기원이 되었다. 2021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반중정서가 반일정서보다 높게 나타났다. 앞으로 일본의 지속적인 쇠퇴와 침체가 불가피해 보이고, 이는 반일정서를 지속적으로 누그러뜨릴 것이다.”
저자는 이에 덧붙여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2016년 사드 사태로 악화된 한중관계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한류 컨텐츠 유입 금지령)으로 이어졌으며 그것으로 한국기업은 큰 손실을 입었다. 당시 여행ㆍ엔터테인먼트ㆍ게임ㆍ유통업 등 서비스 산업에 집중되었던 한한령은 이후 제조업으로 확대되었다.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지급을 3년간 중단함으로서 한국 배터리 3사가 업계 1등에 오를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치고, 그 사이 중국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한국 배터리 3사 점유율을 모두 합친 것과 거의 맞먹게 되었으며 중국 제품 자체의 경쟁력도 향상되었다.
중국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으며 경제규모가 미국을 넘어섰다고도 하고 아직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곧 넘어설 것이라고도 한다. 시간의 문제일 뿐 미국을 넘어서는 건 기정사실이라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세계 1위의 인구대국인 중국의 경제력은 구매력 평가지수 기준으로 2014년 미국을 넘어섰고, 2020년에는 명목 GDP가 미국의 71%까지 쫓아왔으며, 이 속도대로라면 2028년에는 미국마저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무역 규모는 이미 미국을 넘어섰고, 2015년 중국 자동차 시장 규모도 미국을 넘어섰고, 휴대전화와 인터넷 상거래 분야에서도 이미 시계 1위이며, 산업경쟁력 지표인 특허 건수수도 2015년 미국의 2배를 넘어섰단다.
이 정도 되니 시진핑 정권은 그동안 속마음을 감추고 조용히 힘을 기르는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태세를 전환하여 대국굴기(大國堀起, 대국으로 우뚝 섬)와 중국몽(中國夢,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부르짖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대로 과연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수 있을까? 나는 회의적이다. 아니 회의적이라기보다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는 희망적인 관측인지도 모른다. 지금과 같은 태도를 보이는 중국이 미국을 넘어섰을 때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쉽게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많은 이들이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에 못지않은 비중으로 반론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이 미국을 끝내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거나 넘어서더라도 다시 재역전 당할 것이라는 연구가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진국이 선진국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것이 많다. 저자는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백지에서 설계도를 그려내는 ‘개념설계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서 아낌없이 재정을 쏟아 붓고 있다. 기업이 최신 생산시설을 갖추고 능력 있는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제품의 불량률이 높거나 생산성이 낮거나 품질이 떨어지거나 적자가 나도 문제 삼지 않는다. 그 모든 문제를 감수하고 계속 생산하다 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결국에는 자생력을 갖출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중국은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광대한 내수시장을 갖췄으니 선진국이 100년에 걸쳐 경험하게 될 것을 10배가 넘는 사례를 통해 10년 만에 따라잡는 게 얼마든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중국경제가 이와 같이 지나치게 투자에 의존한 결과 엄청난 규모와 속도로 국가부채가 늘어났다. 저자에 따르면 2000~2015년 중국은 GDP의 48%를 투자했고 민간소비는 35% 내외였다. 같은 기간 미국은 투자 15%, 민간소비 71% 정도였다. 이와 같은 지나친 투자도 문제지만 투자효율 자체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100을 투자하면 겨우 25를 산출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셈이고, 그 결과는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돌아올 것이 뻔해 보인다.
저자의 이런 서술을 따라가면서 문득 얼마 전에 읽은 스콧 로젤의 <보이지 않는 중국>이 생각났다. 중국은 ‘도시 중국’과 ‘농촌 중국’으로 나뉘며, ‘농촌 중국’ 낙후된 것은 농민 자녀들의 학력이 크게 뒤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다룬 책이다. 저자 역시 이 책을 인용하면서 그동안 중국의 중진국 탈출을 긍정적으로 보았던 자신의 시선을 수정한다. 저자는 오랫동안 중국을 왕래하고 또 그곳에 살면서 중국의 상황을 체득했으니 중국에 대한 이해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중국의 선진국 진입을 긍정적으로 여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이해가 ‘도시 중국’에 치우쳐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스콧 로젤의 관점을 수용한다.
저자는 우리가 관심을 두고 있는 ‘도시 중국’은 이미 중진국을 벗어났지만 ‘농촌 중국’은 우리가 짐작한 것보다 훨씬 열악하며, 결국은 ‘농촌 중국’이 중진국 탈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판단한다. 실제로 중진국을 탈출한 국가의 고등교육 이수 비율은 72%이며 이 비율이 30~50 %에 머문 나라들은 중진국 탈출에 실패했다. 이에 비해 2015년 중국의 고등교육 이수 비율은 30%에 불과하며 그 중 다수를 차지하는 ‘농촌 중국’의 비율은 10%를 겨우 넘는다. 이런 이유로 저자는 시진핑 정권이 ‘농촌 중국’의 후커우 제도나 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다. 이런 상황과 그를 돌파하기 위한 시진핑의 선택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시진핑 앞에는 ‘농촌 중국’이라는 내부적인 문제 뿐 아니라 미국의 견제라는 큰 위협이 놓여 있다. 미국과 중국은 빅데이터ㆍAIㆍ사물 인터넷ㆍ자율주행ㆍ양자 컴퓨터ㆍ5G 등 소위 4차 산업혁명으로 통칭하는 미래산업의 표준과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은 연산처리가 매우 중요하고 그 중심에 반도체가 있다. 하지만 중국이 반도체 영역까지 치고 들어오자 미국이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미국이 제재를 시작하자 중국 반도체 기업은 극적이라고 할 정도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를 견디기에는 너무나 취약했기 때문이다. 이런 미국의 제재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는 시진핑 정권은 이를 돌파하거나 우회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중국이 고전하는 게 분명하고 향후 전망도 결코 밝아 보이지 않는다. 현재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회사는 삼성과 대만의 TSMC 뿐이다. 결국 시진핑으로서는 대만을 침공해 TSMC로 대표되는 대만의 반도체 생태계를 일거에 장악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중국이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고 미국을 넘어 세계 패권국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대만 침공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 문제는 당위나 정체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와 같은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이는 저자만의 견해는 아니고 국제 안보전문가들 역시 향후 동아시아에서 가장 전쟁 위험이 높은 곳으로 대만을 꼽고 있다. 저자는 작년 5월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꼽았다고 소개한다.
중국은 대만에 비해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고,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건 문제가 아닐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는 대만 침공이 시진핑 정권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 도박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은 대만에 비해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륙작전이 모든 작전 중 가장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이웃국가의 국경에 배치한 병력을 빼내어 압도적인 병력으로 대만에 상륙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속전속결로 끝내지 못할 경우 미국의 참전으로 중국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시진핑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중국이 대만 침공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그들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보다 월등하게 크기 때문에 5년 안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꽤 높다고 판단한다. 양안통일이 시진핑 3연임을 정당화 시킬 수 있는 유일한 카드라는 해석도 그런 판단을 뒷받침한다.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의 기술 격차는 예전처럼 압도적이지 못하다. 압도적인 격차를 보인 제품은 극히 일부 품목으로 줄어들었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기술적인 격차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이다. 이와 같이 중국 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원자재의 상당 부분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 리스크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리스크가 커지는 악순환의 길을 걷고 있다. 올해 초에 일어났던 요소수 대란이 그 좋은 예이다. 이때 우리가 필수 원자재를 중국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 드러났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우리 정부나 경제계, 산업계에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저자는 시야를 중국으로만 좁혀서는 결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만 문제까지 불거졌는데, 지금의 미중 대치가 충돌로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는 직격탄을 맞는 게 확실해 보인다. 저자가 염려한 대로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경우 최악의 상황은 피하겠지만 중국이 승리할 경우 우리는 중국 패권을 인정하고 그에 순응하며 살아가게 될 지도 모른다.
그것 뿐 아니다. 지금 중국-대만을 둘러싼 관련국들은 우리가 회색지대에 머무르도록 놔두지 않고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일례로 바이든 대통령이 주창하고 한국을 비롯한 14개국이 참여한 인도-태평양 프레임워크(IPEF)는 사실상 글로벌 공급망과 세계시장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기구인데, 이 기구가 원래 목적을 달성한다면 한국 전체 수출의 25%를 소화하는 중국 시장이 배제되는 것이고, 그로 인해 한국 경제가 입을 충격은 그동안 겪은 경제적 쇼크를 무색하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주도하는 틀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니 중국이 미국과 맞먹거나 미국을 능가하려 드는 것이 우리에게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 주저앉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 중국 경제의 침체가 거의 실시간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러한 차이나 쇼크를 대비하기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우리에게 익숙한 탈냉전 시대가 끝나고 훨씬 더 어려운 신냉전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둘째, 한국 미디어들이 국제뉴스에 대한 보도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한국은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니라는 우리 위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넷째, 중국에 재한 경제적 산업적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아세안과 인도로 시선을 돌려 리스크를 분산 회피해야 한다. 다섯째, 한일관계를 개선하고 미국 공백에 대비해야 한다.”
이에 덧붙여 미국이 동아시아 서태평양 지역에 쌓고 있는 블록에 한국이 들어가는 일은 불가피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대중국 압박의 선두에 설 필요는 없고, 정치적 이념적 요구에 묶이지 말고 국익 최우선의 실용주의 실리주의 원칙을 적용하기 바란다는 말로 책을 마무리 짓는다.
언제 친구로 이어졌는지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페이스북에서 저자의 글을 읽은 건 꽤 오래 되었다. 간간이 두 따님의 아빠로, 한화 보살의 일원으로 일상을 나누기도 하지만 저자의 글은 늘 중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정리해서 책으로 묶으면 중국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도서관에 신간 신청을 했고 어제 읽기를 마쳤다. 책을 받아들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만큼 흡인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직접 그들과 부딪치면서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기 때문이겠다. 그에 못지않게 내용을 따라가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문장이 자연스럽고 편안한 것도 한 몫을 했다. 마치 마주 앉아 조근 조근 설명해주는 것을 듣는 느낌이었다.
저자가 중국 비즈니스를 오래 했고 그곳에서 짧지 않은 동안 주재했던 것도 알고 있었는데 부인이 중국인이었던 것은 알지 못했다. 덕분에 책이 좀 더 객관적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지 않았다면 한국인의 시선으로만 바라봤을 것이니 말이다.
저자는 차이나 쇼크의 정체와 그로 인한 영향,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언급하면서 상당한 분량에 걸쳐 그 중심에 서있는 시진핑의 등장 배경을 소개하고 있다. 워낙 내 관심이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수 있을지, 중국과 대만의 충돌이 전쟁에까지 이를 것인지 하는데 꽂혀 있기도 했고, 내일 출국을 앞두고 있다 보니 저자가 공들여 소개한 그 부분을 건성으로 읽어 넘겼다. 몹시 아쉬워 돌아와 다시 처음부터 정독을 해야 할까 싶다.
늘 대하던 글이었지만 이렇게 잘 짜인 형태로 다시 대할 수 있어 좋았고 가깝게 여기던 분이 쓴 책이 화제가 되고 이런저런 미디어에서 경쟁적으로 다루는 것을 보니 반갑고 신기했다. 책을 다 읽고 자동반납기로 반납하는데 대출 예약이 되어 있으니 사서에게 반납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이 책을 읽으려는 사람이 줄을 섰다는 말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