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인이가 추석 선물로 사준 레고를 조립하는데 집에 비해 화장실이 유난히 크게 보였다. 물어보니 휠체어가 들어가야 해서 그렇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인형 중에 휠체어를 탄 모습도 있고, 휠체어 전용 엘리베이터도 보인다.
혜인 아범이 작년까지 교회에서 청년부장을 맡아 수고했다. 청년부에 교민보다는 유학생이 많은데, 낯선 곳에 정착하느라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이곳은 뭐 하나 해결하려면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유학생이라고 해봐야 이제 이십 대 중반이니 혜인 아범 세대와 비교해도 부족함을 모르고 자란 이들이 대부분이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절차를 이해하지 못한다. 개중에는 어떻게 이런 독일이 선진국일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트리는 이들도 있단다.
혜인 아범이 처음 독일로 유학 온 2천 년대 중반만 해도 부러운 게 하나둘이 아니었다. 그렇게 십 년이 지나고 또 몇 년이 지나다 보니 신기한 것도 없고 사갈만한 것도 찾기 어렵다. 국민소득으로 봐도 그렇고 문화적인 위상으로도 이젠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고 부르는데 손색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오늘 레고에까지 들어간 장애인 시설을 보는데 문득 얼마 전 장애인 단체가 서울 지하철에서 시위를 벌이던 모습과 그 때문에 불편해 하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선진국은 개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