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by 박인식

나이가 든다는 것 (2016.01.04)


몇 년 전부터 전립선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다. 복용한지 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약을 며칠 건너뛰어 보기로 했다. 그래도 명색이 치료약이니 어느 정도 치료효과가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불과 이틀을 넘기지 못했다. 담당의사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전립선 치료약은 시험하는 게 아니란다. 일단 복용하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단다. 고쳐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나이가 든다는 건 망가진 신체가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로구나.



사소해진 복음 (2016.01.07)


초대교회 교인들의 별명이 ‘근심이 없는 자’이었다지요. 늘 일상의 염려에 매어 지내는 사람인지라 초대교인들의 그런 자세가 부럽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내 염려가 하나님에 대한 신뢰를 넘어서지 않도록 도우심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몇 달 전, 목사님께서 ‘사소해진 복음’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하신 내용 중에 “기도를 하는데도 평안을 얻지 못하는 것은 기도가 자신의 문제에 함몰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기도는 자신의 문제로부터 벗어나 하나님의 관심을 품는 과정이라는 말씀도 하셨지요. 말씀을 듣는 순간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날로부터 기도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내 문제로부터 이웃과 공동체와 하나님 나라로 기도를 확장해 나가려고 애썼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고 난 이후 최근 몇 년 동안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던 ‘염려’로부터 풀려날 수 있었고, 복음이 내 안에서 얼마나 사소한 것으로 전락했는지를 오늘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깨달았으니 바로 잡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내 안에서 사소해졌던 복음이 참다운 복음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그래서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고 그 하나님 나라를 살아갈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자기 개인의 문제를 기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만, 내 뜻대로 해 달라고 애걸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뜻을 하나님께 아뢰고 하나님의 처분에 맡겨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관심을 기도에 담는 것이 나의 사적인 문제를 기도에 담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주님께서 일용할 양식을 주십사 기도하신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염려가 아니라 사랑이 기도의 동기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 와싱톤한인교회 김영봉 목사



사람 사는 이야기 (2016.01.07)


이야기 중에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신문이나 방송을 보더라도 사람 사는 이야기에 눈길이 제일 먼저 간다.


오래 전부터 ‘생활의 달인’과 ‘다큐멘터리 3일’을 즐겨 본다. 두 프로그램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나가는데,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고 때로는 감동이 느껴지기도 한다. 요즘 들어 출연하는 사람들이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예전보다 훨씬 조리가 있고 자연스러워졌다. 예전 같으면 부끄럽게 여길만한 상황에서도 자부심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를 드러내는 모습도 좋아 보인다. 사람들 모두가 자존감을 회복해 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어지러운 정치판 때문에 마음이 편치도 않고 시간이 흐른다고 고쳐질 것 같지도 않아 절망이 되기는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 하나하나가 자존감을 회복해 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 앞날이 그리 어두운 것만은 아니지 싶다.



오만 (2016.01.19)


지난 십 수 년 동안 시장을 내다보고 대응할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정확한 판단력과, 그 과정에서 주변에 도움을 구하는 데 필요한 겸손한 설득력, 그리고 이어지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을 불굴의 용기를 허락해주시기를 기도해왔다. 오늘 아침 문득 그것이 온전히 도우심을 구하는 모습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판단력과 설득력과 용기를 구하지만, 결국은 허락하신 그것으로 내가 이루어 가겠다는 심산이었다는 말이다.


돌이켜보니 온전히 길을 열어주시기를 구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능력을 주시면 그것으로 내가 길을 찾아가고 만들어 가겠다고 구했을 뿐이었다. 오만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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