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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것저것

런던 여행 팁

by 박인식

1. 교통


런던이 서울에 버금가는 큰 도시이기는 하지만 서울도 관광객이 돌아볼 만한 곳은 몇 곳으로 한정되어 있는 것처럼 런던에서 돌아볼만한 곳은 대중교통으로 3구간을 넘지 않는다. 우리로 말하자면 광화문과 대학로 일대가 1구간, 신촌이며 홍대 앞 정도가 2구간, 강남까지 건너가면 3구간 정도 된다. 3구간까지는 요금이 같은데 현금으로 표를 살 경우 한 번 타는데 무려 6.3파운드(10,000원)이다. 이에 비해 버스는 훨씬 싼데 현금을 받지 않고 카드로만 탈 수 있다.


오이스터카드(Oyster Card)라는 통합교통카드가 있다. 이 카드를 이용하면 지하철 한 번 타는 요금도 반으로 줄고 버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하루 상한액이 있어 마음 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3구간 안에서 사용할 경우 하루 8.7파운드(14,000원)이고, 7일 사용권은 43.5파운드(70,000원)이니 오래 여행할 경우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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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터카드는 아무 역이나 승차권 발매기에서 카드 또는 현금으로 살 수 있는데, 공교롭게 내가 내린 런던시티공항에는 발매기가 없어서 한 구간 요금 내고 나서야 살 수 있었다. 금액은 10파운드 단위로 선택할 수 있고, 금액을 선택하면 보증금 7파운드가 추가된다. 나는 나흘 일정으로 가기는 했지만 실제로 머무는 시간이 72시간이 안 되니 사흘 사용할 생각으로 30파운드를 충전했고 거기에 보증금 7파운드를 합해 37파운드를 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날짜는 지하철이 운행을 시작하는 새벽 4:30 기준이었다. 결국 하루는 날짜 기준이고 시간 기준이 아니라는 말이다. 자정이 아니고 새벽 4:30분이라는 게 다를 뿐. 그러니 그 이전에 사용한 것은 단 한 번 사용했더라도 하루가 된다. 금액이 남으면 나중에 역에서 돌려받을 수 있다는데, 나는 그만 중간에 잃어버려서 확인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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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이용할 경우라면 신용카드를 사용해도 된다. 물론 해외사용이 가능한 것이어야 하고 태그방식이라야 한다. 나는 오래 전에 발급받은 것이라 태그 할 때 인식하지 못해 사용하지 못했다. 지하철만 이용할 경우 1일 정액권은 3구간의 경우 14.4파운드(23,000원)이다. 깎아줘도 엄청 비싸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철도(National Rail)도 마치 경인선 경부선이 서울지하철에 연결되어 있듯 런던 대중교통 망에 연결되어 있다. 지하철에서는 탈 때, 내릴 때 모두 출입구에 카드를 태그해야 하는데 버스는 환승 개념이 없어 탈 때만 태그하면 된다. 하루는 지하철에서 철도로 바꿔 탈 일이 있었는데 난데없는 파업으로 버스를 찾느라 잠시 헤맸다. 철도를 이용할 경우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지하철도 운행하지 않는 구간이 수시로 생기니 공고를 확인해야 하는데, 관광객이 쉽게 확인하기는 어렵다. 운에 맡기는 수밖에.


서울에서 어디 가려면 카카오맵으로 대중교통을 확인하듯 이곳에서는 구글맵을 이용하면 복잡한 지하철 노선도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지하철 한 플랫폼에 한 노선만 다니는데 반해 런던은 지하철 한 플랫폼에 여러 노선이 다닌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플랫폼만 찾으면 엉뚱한 지하철을 탈 걱정을 하지 않지만 런던은 플랫폼을 제대로 찾고 나서도 노선을 확인하지 않으면 엉뚱한 노선을 탈 수 있다. 플랫폼을 찾은 후에 노선과 방향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말이다. 시간이 넉넉할 때야 조금 돌아서 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교통편을 예약해놓았을 경우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2. 통행방법


잘 알다시피 영국은 차량이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좌측통행이다. 이게 생각보다 무척 낯설다. 그래도 운전하지 않으면 괜찮을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처음 런던에 갔을 때 차가 앞으로 갈 때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좌회전이나 우회전 할 때 엄청 놀랬다. 차가 바로 나를 정면으로 받을 것처럼 달려오지 않는가. 물론 평생 통행했던 것과 반대 방향으로 통행하는 데서 오는 착각이었지만,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벌렁거린다.


이런 차이로 인한 문제는 그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건널목을 건널 때 차가 오는지 확인하는 것 또한 반대 방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건널목을 건널 때 늘 왼쪽을 확인하지만 이곳에서는 오른쪽을 확인해야 한다. 불과 사흘 돌아다녔는데 건널목 건널 때 방향을 반대로 확인해서 두 번이나 사고를 당할 뻔 했다.


그게 꼭 런던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런던에서는 건널목 건널 때 건널목 신호에 별로 구애받지 않는다. 건널목 신호등에 적색등이 켜져도 차가 없거나 멀리 있으면 대부분 그냥 건넌다. 얼마 전 찾았던 노르웨이가 꼭 그렇고, 이와 반대로 독일은 건널목 신호가 적색으로 바뀌면 누구도 건널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 번은 노르웨이에 머물다가 돌아오는 길에 스위스 취리히에 들렀는데, 보름 남짓 머무는 사이에 신호등 보지 않고 건네는 게 습관이 되어 무심코 길을 건너다 내게 쏟아지는 경멸의 시선을 감당해야 했다.


도로만 좌측통행이 아니라 인도에서도 똑같이 좌측통행인 줄 알았다가 지하철에서 우측통행하라는 팻말을 보고 잠시 혼란스러웠다. 우측통행하는 사람을 본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팻말을 보고 나서 유심이 살폈는데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런던에 오래 사신 분도 어느 게 맞는 건지 잘 모른다고 한다. 그저 눈치껏 다니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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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와이파이


사실 와이파이만 연결되면 앞서 설명한 내용을 구구절절 알아둘 필요가 없다. 필요할 때마다 검색하면 되니 말이다. 런던에서는 유심칩이 일반화 되어 있고 값도 그다지 비싸지 않단다. 그렇지 않는다고 해도 조금 불편할 뿐 어디서든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무료 와이파이 한두 개쯤은 늘 잡힌다.


무료 와이파이에 접속하면 바로 인터넷에 연결되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닌데, 접속한 후 연결되었다고 표시되면 선택한 와이파이를 다시 클릭해 로그인을 마쳐야 인터넷에 연결되는 게 대부분이다. 지하철 안에서는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으니 확인할 것이 있으면 미리 확인해야 한다. 이때 메일 주소를 입력해야 로그인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게 몇 차례 로그인하고 나서 집에 돌아오니 그곳 광고 메일로 수신함이 도배가 된다.


구글맵을 사용할 경우 미리 가야할 곳의 지도를 다운로드 하면 와이파이가 연결되지 않더라도 구글맵을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모바일 위치확인 기능(GPS)은 인터넷과 독립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구글맵을 다운로드 하려면 구글맵에 들어가 사용자 아이콘 클릭, 오프라인 지도 클릭, 다운로드 할 범위 설정, 다운로드 하면 된다. 그러고 나면 와이파이가 연결되지 않더라고 구글맵을 정상적인 상태와 큰 차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4. 음악


런던에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연주장과 공연장이 즐비하다. 여름 클래식음악축제인 프롬스가 열리는 로열앨버트홀, 웨스트엔드에 있는 수많은 뮤지컬극장이 있지만 나는 무엇보다 코벤트가든에 있는 로열오페라하우스가 궁금했다. 규모나 시설로는 대단한 연주장이라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오페라극장으로 꼽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공교롭게도 시간이 되는 날 공연되는 오페라가 없어 오페라극장 투어를 신청했다. 한 시간 반 남짓 극장 이곳저곳을 돌며 극장의 역사와 그곳 무대에 올랐던 연주자 면면을 소개하고 오페라무대를 완성하기 위한 의상이며 소품, 무대장치를 제작하는 작업장을 소개한다. 물론 연주장도 돌아본다. 로열오페라하우스 극장 투어 요금은 16파운드(25,000원)로 극장 홈페이지에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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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투어는 극장 중앙홀에서 시작하는데, 그곳에서 늘 연주가 이어진다. 극장 투어를 위해 찾은 날에는 재즈밴드가 연주하고 있었다. 극장 중앙홀은 들어가는데 제한이 없으니 극장 투어나 오페라 관람 목적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들러서 이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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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겨울이 다가오는지 10월 중순부터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을 공연한다는 포스터가 붙었다. 티켓이 11파운드(18,000원)부터 시작한단다. 물론 객석 꼭대기 천정 밑에 있는 좌석이겠지만 불편해서 그렇지 무대가 안 보이는 것도 아니고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으니 여행 중이라도 공연이 있으면 관람해보기를 권한다. 극장 분위기를 맛보는 것만으로도 그 값은 하지 않을까 한다.


웨스트엔드에 있는 뮤지컬극장은 입장료가 한국이나 큰 차이가 없다. 장기 공연하는 유명 뮤지컬이 하나둘이 아니다.


5. 역사


나는 몰려다니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단체 관광도 가본 일이 없고 가이드 설명을 듣는 것도 해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몇 년 전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 <자전거 나라>에서 진행하는 가이드 투어에 참가해서 아주 좋은 기억을 남겼다. 뭘 구경해도 아는 만큼 보인다지 않는가. 사실 의미 있고 뜻 깊은 곳인데도 아는 것이 없으니 무심코 지나치고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후회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 생각에서도 그렇고 아내가 먼저 <자전거 나라>를 경험하고 추천해서 반신반의하면서 가이드 여행에 참여했다.


그 일을 계기로 요즘 가이드는 이전과 달리 전문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날 관광객 중 하나가 가이드 설명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그런 해석 말고 다른 해석도 있지만 가이드들이 모여 자료를 검토하고 치열한 토론을 거쳐 이러저러한 이유로 지금 설명한 것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 설명을 듣고 나서 가이드 관광에 대한 편견을 털어버렸다.


런던에는 영국박물관(The British Museum) 외에도 무수한 박물관과 미술관, 전시관이 있다. 런던에 갈 때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세계 최대 규모라는 영국박물관을 보지 못해 아쉬워 이번에는 영국박물관 관람을 목표로 삼았다. 마이리얼트립에서 39,000원에 세 시간 가이드 프로그램을 신청했고,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 웹사이트에서 한화로 결제한다. 가이드는 영국 국가공인가이드(Blue Badge Guide) 자격을 갖춘 분으로 이 자격을 갖춘 사람이 채 20명이 안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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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오전에 가이드 관람을 하고 오후에 가이드 내용을 참고해 나머지 부분을 다시 살펴볼 생각을 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전 가이드 관람이 없어져 어쩔 수 없이 오후 관람을 했다. 시간 여유가 된다면 오전 가이드 관람, 오후 추가 관람을 권할 만하다.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육성이 아닌 수신기를 통해 설명을 들으니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볼썽사나운 모습은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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