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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낭시 여행

by 박인식

낭시는 프랑스 북서쪽에 있는 도시로, 북쪽 150킬로미터에 룩셈부르크가 있고 남동쪽으로 그만큼 떨어진 곳에 한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콜마르가 있다. 독일 국경 쪽으로 치우쳐 있어 교통은 독일을 통하는 것이 더 빠르다.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이며 프랑스 동북부 공업 지대의 중심으로 제철, 기계, 화학, 섬유공업이 성하다. 인구는 2017년 10만을 조금 넘는데 2백 년 전에 3만이 넘었다니 예전에는 위세가 대단했겠다. 그래서인지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물이 많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되었다.


아르누보는 새로운 예술이라는 뜻 그대로 새로운 미적 감각을 추구하는데, 건축에서는 장식에 과도하게 치중하던 탓에 오히려 아르누보 양식이 전파되는데 걸림돌이 되었고, 그래서 이 양식은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


그렇기는 해도 낭시에 특별한 유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연이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다른 곳에 비교해 특별하다 할 만한 곳도 없다. 어떻게 보면 심심하기 짝이 없는 도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유럽을 여행하는 우리나라 젊은이가 그렇게 많다는데도 이틀을 꼬박 채워 돌아다니는 동안 우리나라 사람 하나를 보지 못했다.


지난 가을에 혜인네 왔을 때 너무 많은 곳을 돌아다녀서 이번에는 그저 아이들하고만 지낼 생각이었다. 그래도 집에만 있는 게 마음에 걸렸던지 혜인 아범이 낭시를 한 번 다녀오자고 했다. 도시가 예쁘다고 해서 가봤는데 정말 그렇더라고 했다. 그냥 산보하러 간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다녀 보니 그 말이 딱 맞았다. 혜인 아범은 지난번에는 시간에 쫓겨 제대로 즐길 틈이 없었는데 이번에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곳에서 한 달쯤 보냈으면 좋겠단다. 그러면서 혹시 낭시 극장에서 오페라 출연 요청이 오면 두말 않고 달려오겠다고 했다. 낭시는 뭐라고 꼬집어 이야기하기 어려운 묘한 매력이 있는 도시라는 말이다.


낭시에서 볼 만한 것은 도시 중앙에 있는 스타니슬라스 광장 주변에 다 모여 있다. 특이하게도 광장으로 진입하는 골목마다 황금색으로 장식한 화려한 문양의 문이 세워져 있다. 안에 뭐가 있는 기대를 걸만한 문인데 정작 들어와 보면 광장이 전부이다. 하지만 광장 네 면을 오페라극장과 미술관과 시청이 둘러싸고 있고, 광장 북쪽에 세워져 있는 에레 개선문을 지나면 까리에르 광장이 나타나고 그 끝에 구베르뇌르 궁전을 만난다. 궁전 옆으로는 숲이 깊은 삐삐니에흐 공원이 이어진다. 모두 석조 건물인데 장식이 더할 수 없이 화려하다. 아마 이런 걸 보고 아르누보 양식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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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남쪽으로 낭시 대성당이 있고 서쪽으로는 성에브레 대성당이 있는데 길 건너에서도 카메라에 전체를 담을 수 없을 만큼 규모가 압도적이다. 200년 전에 인구가 3만을 넘었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그런데 그게 낭시의 전부가 아니다. 광장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골목 하나하나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 가게 간판이 모두 다른 폰트로 쓰였는데 사용한 폰트가 얼마나 아름답던지, 그렇게 다양한 폰트가 골목을 메우고 있는데도 그것이 서로 어긋나지 않고 얼마나 조화가 잘되던지. 어느 가게는 간판을 플라스틱 조화로 장식했던데, 자칫 싸구려로 보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고급스러워보이던지. 그래서 보이는 대로 찍다가 너무 많아서 도중에 그만두어야 할 정도였다. 모르긴 해도 지방 정부에서 뭔가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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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우리나라 사람을 보지는 못했지만 관광객이 적은 건 아니었다. 그리고 관광객 대부분은 프랑스 사람. 말하자면 외국인들보다는 자국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도시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물가가 비싼 건 아니다. 음식 값도 평범한 독일 여느 식당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생필품 값도 그 정도 수준이었다. 빵 가게 몇 곳을 들렀는데 “역시 프랑스 빵”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광장 옆 골목에 있는 빵집에서 바케트 두 개, 크루아상 네 개, 식빵만한 페스추리 하나, 커피 넉 잔을 시켰는데 이십 유로. 채 3만 원이 안 된다.


광장에서 8킬로미터쯤 떨어진 플레빌성에서 옛날 가구들을 그대로 전시도 하고 하루 몇 차례 수백 년 전 복장으로 검술 공연을 한다고 해서 찾아갔다. 어른 9유로, 어린이 7.5유로. 성 안에 예낫 모습 그래도 전시해놓은 곳은 역시나 사진 촬영이 금지되었고, 검술 공연도 딱히 추천할 정도는 아니다. 플레빌성은 엄청난 규모의 정원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넓기만 하고 변변한 안내도 없어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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