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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Jul 26. 2023

네옴 전시회 관람기 (3)

이번 전시회는 아시아에서 처음 열린 것이라고 한다. 최근 일본 총리가 사우디를 국빈 방문했고 중국이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서 중재한 것이 큰 화제가 되었는데, 그 두 나라가 아니라 굳이 왜 우리나라에서 아시아 처음으로 전시회를 열었을까 궁금했다. 전시회를 앞둔 어제 인터뷰에서 나드미 알 나스르 네옴 CEO가 “네옴이 좋은 투자처가 될 것이니 한국 기업이 다양한 분야에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큰손으로 말하자면 중국이 멀찌감치 앞서있고 일본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저 작년 왕세자 방한 때 우리나라 대표적인 재계 인사들을 만난 후 다음 일정이었던 일본 방문을 취소한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짐작할 뿐이다.


전시회를 보러 가면서도 이번에 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 궁금증이 두어 개 있다. ‘The LINE’이라는 첨단 도시가 왜 굳이 일직선이야 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900만 명이라는 주민은 어디서 동원할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었다.


‘The LINE’은 폭 200m 높이 500m로 그 연장이 무려 170km에 이른다. 서울에서 대전을 지나 영동 정도까지 가야 그 거리인데. 하지만 건물 바닥면적만 따지면 34km^2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 송파구 면적과 같다. 폭이 200m라고 해서 건물 넓이가 200m인 것은 아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양쪽에 건물을 세우고 가운데는 비운 채 녹지공간을 두고 스포츠 시설 같은 것을 넣었다. 전시회에서는 ‘The LINE’을 중점적으로 부각 시키려는 의도였던지 다양한 모형을 제작해 전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스케일은 표시하지 않았지만 모형에서 보는 양쪽 건물의 폭과 그물 사이의 공간이 그다지 차이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건물은 폭 50m 건물 사이 간격은 100m 정도로 보인다. 결국 ‘The LINE’ 바닥 면적 중에 실제 건물면적은 절반 정도인 17km^2일 것이고 건폐율은 50% 정도로 추정할 수 있겠다. 참고로 서울에서 건폐율이 가장 낮은 전용주거지역의 기준이 50%이다.



‘The LINE’은 이미 필요한 건폐율을 만족시키고 있지만 그것을 반으로 낮춘다고 해도 필요한 면적은 68km^2를 넘지 않는다. 강남구와 송파구를 합한 면적보다 약간 작다.


170km에 이르는 전 구간을 왕래하기 위해서는 초고속 교통망이 필요하다. ‘The LINE’에서는 하이퍼루프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퍼루프를 이용하면 170km를 20분에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영동을 20분 만에 가는 속도이니 어마어마하다. 속도가 어마어마하다면 건설비나 운영비도 어마어마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 건물을 한 곳에 모아놓으면 그런 건설비와 운영비를 들이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일직선으로 늘어놓아 비효율을 자처하는 건 무슨 이유일까? 넉넉잡고 사방 9km면 건물 간격을 두 배로 벌리고도 그 면적을 확보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 그에 대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누가 당사자와 인터뷰할 기회가 있으면 그 이유를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The LINE’은 당초 주민을 900만 명으로 계획한다고 했고 지금도 그 계획이 다르지 않으니 내가 들었던 주민 1천만 명은 잘못 안 것인 모양이다.


사우디 전체 인구가 3,500만 명이고 그 중 외국인이 1,300만 명 내국인이 2,200만 명 정도 된다. 외국인에는 저임금 가사노동자(가정부 및 개인 운전기사) 250만 명이 포함되어 있고, 가사노동자가 아니더라도 평균임금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우디 인당 GDP는 우리의 2/3인데 사우디 부자는 우리 부자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재산이 많은 점을 감안한다면 사우디 국민 대다수의 실질적인 소득은 우리 절반을 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The LINE’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선 최첨단 시설로 가득 차 있다. 그런 시설의 건설비와 운영비를 감안한다면 그곳 주택의 분양가는 서울 아파트 분양가보다 낮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국민주택 규모가 85m^2인데 비해 사우디는 180m^2였던 것이 3년쯤 전에 120~180m^2으로 축소되었다. (남녀 분리가 유난한 사우디 주택의 특성 때문에도 좀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120m^2이라고 해도 우리나라 평균 면적보다 훨씬 넓다. 그러니 주택 구입비는 훨씬 더 커진다.


네옴을 관장하는 공공투자기금(PIF)의 총재는 네옴은 국가재정이 아닌 투자사업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기회가 될 때마다 밝혔다. 투자사업이 되었든 국가재정사업이 되었든 주택을 건설했다면 분양해서 투입된 자본을 회수해야 한다. 결국 분양받는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보다 소득이 낮은 사우디 국민 중 40%에 가까운 인원이 그 돈을 내고 ‘The LINE’에 입주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그들이 떠난 주택에는 누가 들어와서 살 것인가? 국민 중 4%가 아니고 40%라면 말이다.


<전시장 전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전시회이어서 네옴 CEO까지 왔다고 하는데, 그에 비해서 전시장은 아주 단출했다. 사방 15m쯤 되는 곳에 개념도를 걸어놓은 벽이 둘러서 있고 중앙에 ‘The LINE’ 모형을 전시해 놨다. 워낙 거대한 사업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전시장이 뜻밖이라고 느껴질 만큼 작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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