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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Jul 26. 2023

네옴 전시회 관람기 (2)

우리나라에도 신도시가 많다. 분당과 일산은 주거 목적의 신도시로, 세종은 행정수도로, 판교는 IT 산업의 메카로 건설되었다. 세계 불가사의로 꼽힐 정도의 규모인 네옴도 당연히 그런 목적이 있을 것이다.


네옴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개요를 보면 1)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하고, 2) 특별경제지역을 설정하고, 3)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홍해를 지나는 물동량이 세계 전체 물동량의 13%에 이르고, 4) 세계 인구의 40%가 항공편으로 6시간 이내에 접근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그것 말고도 좋은 말을 다 써놨는데 뭐 하나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는 것은 없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개념을 소개한 정도이기 때문에 다소 막연하게 보일 수는 있겠다. 이것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네옴은 ‘The LINE’이 중심이 되고 해안 리조트단지인 ‘신달라(Sindalah)’, 산악 리조트단지인 ‘트로제나(Trojena)’, 산업단지인 ‘옥사곤(Oxagon)’으로 이루어졌다. 이 중 특별경제지역이라고 할 만한 것은 ‘옥사곤’인데, ‘옥사곤’의 레이아웃에 따르면 그것만으로 900만 명이 거주하는 신도시의 엔진이 되기에는 턱없어 보인다.


구체적인 스케일이 보이지 않아 ‘옥사곤’의 규모를 짐작할 수는 없으나 네옴 레이아웃을 바탕으로 짐작할 때 알무알레 남쪽 어디쯤이 아닐까 싶고 직경은 수km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늘 전시한 ‘옥사곤’ 레이아웃에 표시되어 있는 각 클러스터는 다음과 같다.


<OXAGON>


- Water & Food Innovation Hub

- Manufacturing

- Urban Cluster

- Oceanographic Research Center

- Port & Logistics

- General Cargo

- Cruise Terminal

- Wadi Park

- Oxagon Village


제조업 몇 곳, 해양연구소, 물류를 담당할 항구와 카고, 크루즈 터미널, 주민을 위한 거주단지와 공원이 전부이다.


그렇다면 네옴은 과연 어떤 목적의 도시로 개발한다는 것일까? 근처에 큰 도시가 있어서 베드타운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고. 딱히 The LINE 안에 첨단산업체가 입주할 것으로 추정할만한 근거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 공개한 개요에 따르면” ‘The LINE’에 들어가는 기능은 retail, office, health, leisure, culture, education, hospitality, residential이 전부이다. 어마어마한 재정을 투입해 900만 명이나 되는 주민을 수용하면서 그들이 경제생활을 영위할 근간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히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확인해 봐야겠지만 네옴 건설계획을 발표하고 나서 지금까지 그 도시가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본 기억이 없다. 물론 아직 발표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그런 계획 없이 국가의 운명이 걸린 규모의 투자를 감행할 리가 없지 않은가.


<The LINE 입주 기능>


레이아웃에 해안 리조트단지인 ‘신달라(Sindalah)’와 산악 리조트단지인 ‘트로제나(Trojena)’가 들어있지만 그것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라기보다는 네옴에 거주하는 900만 명 주민을 위한 시설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그것만으로는 네옴의 경제를 지탱하는 근간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SINDALAH>
<TROJENA>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홍해를 지나는 물동량이 세계 전체 물동량의 13%라고 하니 그것에서 뭔가 만들어내는 것을 생각할 수는 있겠다. 그에 대해서는 짐작할 만큼도 아는 것이 없으니 패스.


세계 인구의 40%가 항공편으로 6시간 이내에 접근하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발표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6시간이 아니라 4시간이라고 발표한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나는 4시간으로 기억하지만,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 이 계획이 허황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산술적으로만 보면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 아마 유럽과 아프리카와 인도를 포함한 서남아시아를 범위에 넣었을 것이고, 그 정도면 세계 인구 80억 명 중 32억 명 정도는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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