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3.07.31 (월)

by 박인식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작은아버지가 교회에서 장례 주관하는 걸 몹시 못마땅해 하시다가 교회묘지를 보시더니 자리가 아주 좋다며 마음을 푸셨다. 두물머리께 있는 아버지 산소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그럴만큼 기가 막히다. 오가는 길의 경치도 그 못지 않고.


우리가 서울 떠난 후 아들이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았다 보니 그 아이들과 함께 서울에서 시간을 보낸 일이 없다. 아니, 혜인이 유치원 다닐 무렵 하룬가 서울에서 만난 일이 있기는 했구나. 이번에는 아버지 기일에 함께 지내게 되어 처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아버지 산소를 찾았다. 마음이 참 좋았다.


아우와 함께 다녀갈 때 들렀던 음식점에서 미나리 무침에 막걸리 한 잔 했던 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서 산소에서 내려오는 길에 다시 그 집을 찾았다. 막걸리에 미나리 무침 맛은 여전했다. 바깥 연못에 연꽃도 여전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얼마나 달콤하게 잤는지 모른다. 운전한 동생한테는 조금 미안했지만.


혜인네와 보름 함께 지내게 되었다. 아들 내외더러 아이들 신경 쓰지 말고 일 보라고 했다. 아들 내외에게 생색내고 아이들 시간을 독차지 하게 생겼으니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내일 KBS 녹음 때문에 오후에 아이들과 함께 보낼 수 없어 아쉬웠는데, 혜인이에게 함께 가지 않겠냐고 하니 반색을 한다. 그러면 내일 혜인이와 방송국 가는 것으로 보름 일정을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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