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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Aug 14. 2023

네옴시티

유태양

알에이치코리아

2023년 7월 19일


우연한 기회에 사우디 왕세자에 대한 책을 번역하고 나서 이런저런 자리에서 사우디 현안에 대해 언급할 기회가 많아졌다. 그럴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주제가 네옴 신도시에 대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11월 사우디 왕세자 방한 때 네옴 열풍이 불다시피 해서 이에 대해 몇 차례 입바른 소리를 한 일이 있다.


사우디 북서부 타북 주에 위치한 네옴 신도시는 전체 면적 26,500km^2로 이 중 5%만 개발하고 나머지는 자연 상태로 보존한다. 네옴 신도시는 폭 200m, 높이 500m에 연장이 무려 170km에 이르는 ‘The LINE’이라는 단일 건물과 산업시설인 ‘옥사곤’, 산악리조트인 ‘트로제나’, 해양리조트인 ‘신달라’로 이루어졌다.


그렇기는 해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The LINE’이 아닐까 한다. ‘The LINE’은 전대미문의 구조물로, 지금껏 기술자라는 사람들 중에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그런 구조물을 건설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도시는 기술을 경연하는 곳이 아니라 그것이 경제성을 갖춰야 하는 것인데,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많은 기술자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것이 결코 무리한 판단은 아닐 것이다. 나머지 ‘옥사곤’이나 ‘신달라’, ‘트로제나’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적지 않다.


네옴의 성패는 이러한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다. 나는 천문학적인 건설비용 조달 방법이나 주민 900만 명 확보방안이 더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과문한 탓이겠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네옴 신도시에 대한 책이 출간되었다니 여간 반갑지 않다.


사업비 조달


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사업계획 발표 당시 사업비를 5천 억 달러로 추정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설관계자들은 지금까지 발표한 계획대로라면 사업비는 그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개중에는 당초 발표한 사업비의 두 배는 들지 않을까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저자는 사우디 정부가 네옴 사업비 전체를 사우디 정부가 일방적으로 부담하는 게 아니라 외자 유치를 통해 해소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1차 사업비를 사우디 정부가 부담하되 2022년에 2,290억 달러를 사우디 국부펀드(PIF)를 통해 조달할 것이며, 이를 위해 우선 800억 달러 규모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한다.


사우디가 산유국의 대표주자로서 이로 인한 수입이 엄청나기는 하지만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유가가 재정균형유가(Break-even Oil Price)를 밑돌아 적자재정을 면하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다시 말해 원유를 팔아서 국가 예산조차 조달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국가 예산의 두세 배에 달하는 네옴 사업비를 국가재정으로 감당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외부 투자로 네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사우디 정부의 발표는 예상했던 바이다.


그렇기는 한데 이미 2023년도 후반을 넘어선 지금 시점까지 사우디 정부가 발표한 2022년까지 2,290억 달러 조달은 물론 우선 조성하겠다던 펀드 800억 달러를 조달했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찾아보니 2022년에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오히려 110억 달러 적자를 보았고 그해 말에 7년 만기 선순위 무담보 대출로 170억 달러 대출을 확보했다는 뉴스만 보인다.


국가재정이 되었든 외자유치가 되었든 투자한 사업비는 언젠가는 회수해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건설한 모든 시설이 분양되어야 한다. 시설 분양 중 가장 큰 부분은 아무래도 900만 명이 거주하는 ‘The LINE’이 차지할 것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내용을 보면 ‘The LINE’은 공상과학영화를 옮겨다 놓은 수준을 넘어선다. 상상을 뛰어넘는 첨단도시로 만든다는 것이다. 잠실 롯데타워만한 높이의 건물이 서울에서 강릉까지 이어진다고 생각해보라. 그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는 차치하고 그것이 구현되기까지 투입되어야 할 비용이 어마어마한데, 그것은 결국 분양가에 전가될 것이 아닌가.


사우디 국민의 소득수준을 고려할 때 이는 자연히 네옴의 주민 상당수가 외국인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저자 역시 이 막대한 인원을 고작 3천만 명을 상회하는 사우디 국민으로 채운다는 건 어불성설에 가까우며, 그렇기 때문에 이민자가 반 이상 그 공간을 채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당연한 추론인데, 이와 같이 수백만 명에 이르는 외국인을 유치해야 하는 결과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네옴을 견인하는 산업엔진


저자는 ‘옥사곤’은 진보된 청정산업 도시이며 연구와 혁신 도시이며 물류 도시로서,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 인력과 석학들을 유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쾌적하고 편리한 생활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지금까지 ‘옥사곤’의 규모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지도에 표시된 크기나 최근에 서울 DDP에서 전시한 것을 기준으로 볼 때 직경 7km 내외가 아닌가 싶다. Zaid Eddeb의 ‘NEOM the awe-inspiring beauty and grandeur of Saudi Arabia’에서는 ‘옥사곤’을 네옴산업도시(NIC)라고 표시하고 있다. 그것이 정식 명칭인지는 알 수 없으나 여기서 ‘옥사곤’의 규모를 40km^2라고 소개한다. 이 규모라면 서울 서초구 정도인데, 과연 그 규모에 위에서 언급한 그 모든 시설을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DDP 전시회에서 소개한 ‘옥사곤’의 클러스터는 제조업 몇 곳, 해양연구소, 물류를 담당할 항구와 카고, 크루즈 터미널, 주민을 위한 거주단지와 공원이 전부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에 비하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그게 그들이 구상한 전부일 수는 없는데,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네옴 전시회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그들이 정작 사업내용 소개는 왜 이렇게 부실한지 이해하기 어렵다.


저자는 해양리조트인 ‘신달라’가 중동 최대 휴양도시인 이집트의 샤름 엘 셰이크와 바다를 건너 마주보고 있기 때문에 샤름 엘 셰이크 관광 유동인구 상당수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며, GCC 지역의 부유층이나 유럽인들을 겨냥하고 있어 네옴 프로젝트 중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고 소개한다. 타깃이 명확하고 관련 시장도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산악리조트인 ‘트로제나’도 마찬가지이다. ‘트로제나’는 이미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을 유치해 놓은 상태이니 실현 가능성에서는 오히려 ‘신달라’를 앞선다.


사우디 정부는 요르단 페트라를 건설한 나바테인족의 또 다른 유적지인 ‘알울라’를 150억 달러 규모의 관광지로 개발해 이미 운영을 시작했는데 ‘알울라’는 네옴에 인접해 있다. ‘알울라’는 다시 왕세자의 역점 추진사업인 300억 달러 규모의 ‘홍해 리조트’로 연결된다. 범위를 넓히면 예멘 국경 근처의 ‘아시르 국립공원’, 수도 리야드 근교의 세계 최대 관광레저시설인 640억 달러 규모의 ‘키디야’와 사우드 왕가 발원지인 500억 달러 규모의 ‘디리야’ 복원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그것뿐 아니다. 이웃이자 경쟁자인 아랍에미리트도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중심으로 같은 포트폴리오를 추진하고 있고, 카타르는 2022 월드컵으로 이미 기선을 제압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가 언급한 이집트의 샤름 엘 셰이크와 더불어 이 모든 관광시설이 결국은 ‘신달라’나 ‘트로제나’의 경쟁자가 되어 관광 수요를 나눠먹는 셈이 되는 게 아닌가. 레드오션도 이런 레드오션이 없는데 어떻게 ‘신달라’를 네옴 사업 가운데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미 수년에 걸쳐 경험한 것처럼 관광산업은 코로나 같은 상황에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신달라’나 ‘트로제나’ 뿐 아니라 사우디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 대부분이 관광산업 성격을 띠고 있는데, 과연 이런 위기상황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대처방안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사업추을 가로막는 사회적 여건


저자는 리조트 시설인 ‘신달라’나 ‘트로제나’의 성공을 발목 잡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애물로 사우디의 종교적 경건주의를 꼽는다. 과연 이슬람의 종주국을 자임하는 사우디가 와하비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그래서 이슬람에서 금기로 여기고 있는 ‘맥주 한 잔 걸치고 비키니에 혼성 댄스파티를 즐기는 것’이 가능할 수 있는지 우려하고 있다.


나는 오히려 이 문제는 예상보다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우디는 2022년 접어들면서 건국절(National Day)로 지켜오던 9월23일과 더불어 2월22일을 새로운 건국절(Founding Day)로 추가했다. 그동안 사우디는 사우드 왕가와 종교세력인 와합 가문이 협력해 나라를 세웠다고 밝혀왔으나 새로운 건국절을 공포하면서 와하비즘이 공식적으로 소멸되었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왕세자도 공식석상에서 어느 것도 국왕의 권위를 앞설 수 없으며 이슬람도 국왕의 휘하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새로운 건국절을 선포하기 이전인 2016년, 왕세자는 그동안 와하비즘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옥죄어왔던 권선징악위원회라는 이름의 종교경찰을 해체했다. 1979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메카를 무력 점거했던 사건을 겪고 난 이후 사우디는 원리주의로 회귀했고, 이때로부터 종교경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다. 그들의 횡포가 거칠 것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던 그들이 왕명 하나로 해체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종교경찰이 제대로 반발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으니 몹시 당혹스러울 수밖에.


이런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면서 나는 이슬람이 그저 사우디 통치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다. 사실 하루 다섯 번 기도하는 것이 모든 무슬림의 의무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고위공직자나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서민들이나 철저하게 기도 시간을 지켰지 내가 만나본 수많은 사우디 비즈니스맨들 중에 제대로 기도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우리 현지법인의 사우디 파트너는 13년 함께 일하는 동안 기도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슬람에서는 무엇보다 술이 금기인데 나와 가까이 지내던 나름 힘깨나 있다는 사람들은 모두 집에 홈바가 있을 정도였다.


더구나 사우디 정부가 국가적인 규모로 추진하는 거대사업들이 대부분 관광산업인데 만약 그 영역에서 ‘맥주 한 잔 걸치고 비키니에 혼성 댄스파티를 즐기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과연 관광객이 그런 곳을 찾을까. 내가 2021년 말 귀국하기 전에 이미 사우디는 그 정도 금기를 푸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네옴은 모든 정보를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해 이를 토대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빅데이터형 맞춤도시로 구축되는데, 저자가 우려하는 대로 사우디 정부가 이 빅데이터를 제멋대로 유용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애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네옴을 주도하는 공공투자기금(PIF)의 수장인 루마이얀이 “네옴에서는 그 경계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 ‘상시 감시’를 해서 범죄자들을 범행과 동시에 체포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자격을 가진 사우디 사람들만 입주를 허용할 것인가 등을 논의했다”고 언급한 일도 있었다. 이런 우려는 그동안 사우디 정부와 왕세자가 보여준 행태를 감안할 때 우려가 아니라 확정된 사실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지적한 대로 어느 외국인들이 그런 ‘상시 감시’ 체제에 사막의 신도시로 이민을 결심할 수 있을까.


그동안 사우디 정부나 기업이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 치고 제대로 계획을 달성한 사업이 없다는 점 또한 네옴 사업에 대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저자도 지적한 바와 같이 제다 북쪽에 인접해서 인구 200만 명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로 킹압둘라 경제도시(KAEC) 건설에 착수했지만 현재까지는 거주자가 1만 명에 지나지 않고 진척도 지지부진하다. 당초 Mile-High 빌딩(높이 1마일)을 짓겠다고 시작한 제다타워는 Km-High(높이 1km) 빌딩으로 목표를 수정하고 사업비 12억3천 만 달러 규모로 착공했지만 2018년 중단되어 지금에 이른다. 이에 연계해 계획했던 200억 달러 규모의 제다 신도시개발사업 역시 기약 없이 중단되었다.


비전 2030과 국가개조계획


저자는 이 책을 ‘비전 2030’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왕세자가 주도하는 모든 개혁정책이 비전 2030의 3대 원칙인 ‘야심찬 국가, 번영하는 경제, 활기찬 사회’로부터 출발한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네옴 사업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다.


사우디 개혁정책의 출발점이 되는 ‘비전 2030’은 왕세자가 처음부터 주도해 매우 치밀하게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발표 당시에는 의아한 점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비전 2030’이 발표되기에 앞서 2016년 초였던가, 사우디 정부에서 국가개조계획(NTP, National Transformation Program)을 발표했다. 이는 2020년까지 추진할 개혁정책을 담고 있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개혁정책이 뒤따르는 게 당연한 일이니 이 계획이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사우디 정부는 국가개조계획을 발표하고 얼마 되지 않아 ‘비전 2030’을 발표했다. 당시 발표 내용에 따르면 NTP와 ‘비전 2030’이 목표 년도만 다르지 전임 압둘라 국왕 정부 시절에 발표했던 많은 정책을 짜깁기 했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했다. 지금은 사우디 정부가 NTP를 ‘비전 2030’의 일부로 설명하고 있지만 발표 당시에는 내용도 빈약하고 뭔가 두 정책이 겉돈다는 느낌을 받았다.


몇 달 전에 읽은 <빈 살만의 두 얼굴>에는 이 두 가지 정책이 컨설턴트 그룹의 경쟁의 산물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왕세자는 개혁정책을 주도하면서 컨설턴트 그룹을 복수로 선정해 경쟁하게 만들었는데, 먼저 일군의 컨설턴트가 제안한 NTP를 채택하고 나서 문제점이 자꾸 불거지자 경쟁 컨설턴트 그룹이 제안한 ‘비전 2030’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그 책에서 언급된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나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그 내용을 읽으면서 두 정책이 앞 다투어 발표될 때 들었던 의문이 풀어지는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그 책의 내용이 사실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컨설턴트 그룹의 정책을 채택한 것이 왕세자이고 그 정책이라는 것이 왕세자의 주문에 의해 세워진 것이니 그 정책을 왕세자의 작품이라 하는 건 무리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새로운 정부라고 해서 없던 정책을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만들 수도 없는 일이니 전임 압둘라 국왕 정부의 정책을 짜깁기 해놓은 것 같은 내용이 이상한 것도 아니다. 다만 그것이 처음부터 완벽했고 치밀했던 왕세자의 작품이라고 알려진 건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 짐작할 따름이다.


네옴에 대한 전망


네옴의 전망과 관련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사우디 사회를 진단하고 있다.


“사우디의 경우 워낙 오랜 기간 사회가 경직되고 종교적으로 경도된 탓에 일반적으로 개혁 개방의 핵심이 되는 성숙한 시민사회와 의식 있는 중산층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결국 국가 지도자의 주도에 의해서만 본질적 변혁이 가능하다는 것이 빈 살만 옹호자들이 내놓는 목소리다. 다만 빈 살만은 그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국가 모습과 이를 위한 무자비함의 괴리가 유독 크다는 평이다.”


저자의 견해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왕세자를 옹호하는 이들의 주장을 수긍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왕세자이기 때문에 전대미문의 개혁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왕세자가 서구 언론과 인터뷰할 때 기자가 전제왕정국가의 폐쇄성을 지적하자 왕세자는 바로 그런 국가시스템이기 때문에 개혁정책을 더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답변한 일이 있다. 독재정부이기 때문에 매사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니 등골이 섬뜩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사우디는 그런 나라이다.


사우디는 국호가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이다. 실제로도 세계 유일한 전제왕정국가이고, 통치자의 결정을 견제할 아무런 장치가 없는 나라이고, 오로지 통치자의 선의에 의존해야 하는 나라이다. 실질적인 통치자인 왕세자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태는 ‘예측 불가능’이라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인구 100~9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사우디 정부의 선언은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호랑이를 그리려다가 고양이를 그리는 것은 보기에 따라서 실패가 아닐 수도 있다. 고양이 그림이라도 그렸으니 말이다. 그런데 고양이를 그리는 것으로 끝내면 될 것을 굳이 호랑이를 그리려고 고집하면 국가와 국민과 그 사업에 투자한 기업이 고통을 당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저자는 네옴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가장 수혜를 입을 산업은 국내 건설 기업, 특히 중동에서 대규모 건설 토목 실적을 쌓은 기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에 네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최소한 30만 명이 필요하다는 보도를 본 일이 있다.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한 사업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하는 것도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중국은 우리보다 한 걸음 이상 앞서 있다. 내가 사우디에 부임할 때만 해도 우리 기술력이 모든 면에서 중국을 앞서 있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런지는 의문이다. 나는 건설 분야 대부분의 영역에서 중국이 우리와 대등하고 일부 분야에서는 오히려 우리를 앞섰다고 생각한다. 섣불리 수혜를 거론할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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