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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잉여일기

2023.11.27 (월)

by 박인식

예전에 대통령 선거를 두고 짜장면-짬뽕에 빗대는 농담이 유행한 일이 있었다. 대통령 선거 하는 일이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과 짬뽕을 두고 망설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대통령 고르기나 음식 고르기나 고르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별로 새로울 것도 없다. 웃기는 일은 한참 망설여서 어느 하나를 골라 그 음식을 받으면 다른 음식이 더 맛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짜장면을 받고 나면 짬뽕을 시킬 걸, 짬뽕을 받고 나면 짜장면을 시킬 걸 그런다는 것이지. 거기서 그치면 좋겠는데 결말은 우습다 못해 허망하다. 다 먹고 나면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조금 지나면 뭘 먹었는지도 잊어버리고.


예전에는 이 농담이 맞았다. 짬뽕을 받으면 짜장면 시키지 않은 걸 후회하고 짜장면을 받으면 짬뽕시키지 않은 걸 후회했다. 그래서 새로운 대통령이 들어서고 이삼 년 지나면 이쪽 찍은 사람이나 저쪽 찍은 사람 모두 그런 사람을 뽑은 자기 손모가지를 잘라야 한다고 푸념을 하곤 했다. 지나고 나면 다 그놈이 그놈이었고. 요즘은 안 그렇단다. 짬뽕을 받으면 자기가 시킨 짬뽕이 짜장면보다 훨씬 맛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지. ‘확증 편향’이라고나 할까.


오늘 처음 나간 북클럽에서 참석하기로 했던 저자가 오지 못해 참석자끼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하자고 해서 나온 이야기였다.


‘확증 편향’을 팬덤 현상으로 이해하는 분도 있었고 현대 한국인들의 특징인 분노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었다. 나는 그것이 혹시 인터넷의 알고리즘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냈다. 인터넷의 알고리즘이 문제가 되기 전에는 내 취향이나 사고방식에 관계없이 정보를 만났는데 요즘에는 독자의 취향에 부합하는 정보만 골라서 전해주다 보니 자기 확신이 확증 편향으로 나타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중에도 그런 알고리즘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 사실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염려 때문에 의도적으로 내 생각과 반대편에 서있는 신문을 보려고 노력했다.


나를 아는 이들은 모두 짐작하겠지만 나는 조중동 성향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신문사 즐겨찾기 폴더에는 조중동과 함께 한경오도 나란히 올라가 있다. 올라가 있는 것만 아니라 첨예한 대립이 생길 때는 의도적으로 한경오를 읽었다. 그들이 얼마나 좌측으로 갔느냐를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우측으로 치우쳐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한경오를 읽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알고리즘 때문이었던지 팬덤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의도적으로 균형을 잡으려던 나 역시도 시간이 지나면서 확증 편향이 강화되었다는 것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암담했던 것은 그 자리에 있던 분 대부분이 그런 현상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 되었고, 앞으로도 적지 않은 시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았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삼십 년. 그것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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