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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Mar 05. 2024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 만든 이야기

책을 쓰지 않을 이유는 백만 가지도 넘었지만 그중 제목 붙이고 글 순서 정하는 일이 무엇보다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독자의 눈길을 끌어야 목차라도 한 번 살펴볼 텐데, 그러자면 우선 제목이 그럴듯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글을 쓰기로 하고 나서도 그게 내내 걱정이었습니다. 글 순서 정하는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글을 분야별로 나누는 것이 무난하기는 했지만, 그건 글자 그대로 ‘무난한 방식’이어서 독자에게 ‘무난하게 외면’받겠다 싶었지요. 그냥 편집자를 믿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뜻밖에도 편집회의 첫날 제목이 해결되었습니다. 출판사 대표께서 <다시 한번, 사우디아라비아>로 정했다고 하시더군요. 무릎을 쳤습니다. 중동 노다지로만 기억되던 ‘과거의 사우디’와 뭔가 들썩들썩하는 ‘현재의 사우디’를 절묘하게 연결하는 제목이었기 때문입니다. 독자를 끌어들이는 캐치프레이즈로도 그만한 게 없겠다 싶었습니다. 말하자면 “사우디가 다 끝난 줄 알았지? 아니거든. 그러니 좋게 말할 때 다시 한번 들여다봐” 뭐 이런... 흐흐흐.


하나 해결하고 나니 글 배치가 또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큰 문제였던 제목을 시원하게 해결했으니 그것도 편집팀에서 알아서 잘 해결하지 않겠나 기대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오로지 글만 썼습니다.

마지막 원고 다 보내고 나서 일주일쯤 지나서 목차를 보내왔는데, 그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1부 어제의 사우디, 2부 빈 살만의 등장과 오늘의 사우디, 3부 빈 살만 개혁의 실체와 내일의 사우디”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었더군요. 제목만으로도 짐작하셨겠습니다만, 그걸 풀어서 쓰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알던 예전의 사우디는 이렇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제적 인물’이 튀어나오더니 사우디를 바꾸겠다며 나라를 온통 뒤집어 놓지를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정말 그가 꿈꾸는 대로 바뀌는 게 가능할까요? 그래서 그곳에서 십 년 넘게 일하면서 확인한 것, 본 것, 들은 것을 바탕으로 제가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제 글을 이 이상 멋지게 엮을 수 없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만약 제 책이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다면 그건 오롯이 편집팀의 노고 덕분일 겁니다.


제가 하도 자랑을 해대서 대충 알고 계시겠지만, 삼프로TV 경제 기자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영상의 조회 수가 무려 2백만이 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처음에는 외신 담당 기자 한 분께 족집게 과외를 해준다는 생각으로 준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경제 기자 여러분이 함께 듣는 것으로 바뀌고, 뒤이어 자료로 쓸 생각으로 영상을 남기기로 한 것입니다. 방송은 예상에도 없던 일이었다는 말씀이지요.


책을 출간하면 으레 추천사가 실리기 마련인데 편집팀에서 그냥 가자고 하더군요. 그리고 과분하게도 ‘박인식이 말하는 사우디와 빈 살만의 진실’이라는 부제를 붙여주셨는데, 모르긴 해도 <삼프로TV> 영상에 대한 반응을 보고 그것으로 승부가 되겠다고 생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로서야 더 이상 영광스러운 일이 없겠습니다만. 그러다가 독자에게 외면받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눈치채셨습니까? 책 좀 사달라는 말을 이렇게 길게, 빙빙 둘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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