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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Mar 08. 2024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 에필로그

은퇴를 생각해야 할 나이에 사우디 현지법인 발령을 받았다. 회사에서 사우디 현지법인을 세우기로 결정했을 때 그게 내 몫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렇기는 해도 회사가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처음이었고 나 역시 해외라고는 출장이나 다녀본 것이 전부여서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쉰다섯 되던 2009년 초에 사우디에 부임했다.     


열사의 사막으로 알고 도착한 리야드는 비도 오고 바람도 차가왔다. 여름옷만 들고 간 터라 며칠 동안 호되게 추위를 겪어야 했다. 2021년 연말에 서울로 돌아올 때까지 내내 그런 시행착오를 되풀이했다.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내 역량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부임할 때 품었던 시장개척의 꿈은 이뤄보지도 못하고 현지법인을 꾸려가기에만 급급했다. 결과적으로 사우디에서 보낸 13년은 총체적 실패였다. 게으르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변명이 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우디를 떠날 때쯤 그동안 겪은 시행착오를 그냥 덮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다른 사람도 겪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동안 경험한 것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쓴 글이 90편 가까이 되었다. 그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도움을 받았다는 이들도 생겼다. 어떤 이들은 책으로 내면 좋겠다는 댓글도 달았다. 단지 응원이라는 걸 모를 나이는 아니었으니 귓등으로 흘려보냈다.     


귀국하고 나서 생각지도 않게 사우디 왕세자에 대한 책을 번역하게 되었다. 번역해 보라는 권고를 받았을 때만 해도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다 보니 번역한 것이 책이 되어 나오고, 그 덕분에 이곳저곳에서 사우디에서 경험한 것을 이야기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면서도 한정된 분야에서 일하고 한정된 사람만 만났으면서 마치 사우디를 다 아는 것처럼 말한 것은 아닌지 늘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책을 쓰겠다는 생각은 더더욱 멀어졌다.     


결국은 지인의 강권에 이끌려 책을 쓰게 되었다. 책을 쓰기로 하고서도 도저히 독자의 관심을 끌기 어려울 것 같아 몇 번을 머뭇거렸다. 다행히 기획 역량이 탁월하기로 이름난 출판사와 편집자를 만나 허접한 구슬이 훌륭한 목걸이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마침 사우디가 이런저런 일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어 혹시 그 덕을 보지 않을까 싶은 욕심도 생겼다. 과한 욕심인 줄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 책으로 출판사의 선의에 보답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책을 쓰면서 근거를 확인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주로 현지에서 듣고 경험한 일을 쓰다 보니 근거를 찾기 어려운 것이 많았다. 이 때문에 편집자에게 많은 걱정을 끼쳤다. 애는 썼지만 기억이 분명치 않거나 잘못 판단한 부분도 적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책을 읽다가 오류가 눈에 띄거나 궁금한 점이 있는 독자께서는 언제든 저자에게 연락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이 책이 사우디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책에 실린 글로 사우디에서 실수를 피하고 손해를 줄일 수 있다면 저자로서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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