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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Mar 30. 2024

에릭 홉스봄의 <역사론>

북클럽에서 에릭 홉스봄의 <역사론>을 읽었다. 한 달쯤 전에 책이 정해져서 읽는 데만도 온전히 며칠이 걸렸고 그 후로도 여러 번 들춰봤지만, 역사에 문외한이다시피 한 내게는 암호나 다를 바 없었다. 그래서 북클럽을 가지 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다.     


역사에 관심이 많고 역사책도 즐겨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에 대해, 특히 서양사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만 깨달았다. 그렇기는 해도 다른 이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몇 가지 질문도 생겼다. 짐작했던 대로 모임을 이끌어 나가는 분과 참석자 한 분의 설명은 크게 도움이 되었다.     


그중 “역사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과거를 구조화하는 일”이라는 참석자 한 분의 견해는 역사의 쓸모에 대해 회의적인 내게 역사를 보는 관점을 바꾸게 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세종께서 “정치를 잘하려면 반드시 전 시대에 세상을 다스린 자취를 살펴보아야 하며 그 자취를 살펴보려면 오로지 역사의 기록을 상고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는 것을 읽은 기억도 난다.     


내가 역사의 쓸모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것은 “역사적 ‘사실(팩트)’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역사는 주관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역사를 기록하는 이가 객관적으로 본다고 해도 그것은 그의 눈, 그의 관점에서 본 것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싸운 사실을 놓고도 “이 사람이 저 사람을 때렸다”고 기록할 수도 있고 “저 사람이 이 사람에게 맞았다”고 기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냐. 그리고 어차피 일어난 사건 전부를 기록할 수 없으니 그중 일부를 선별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 역시 주관이 개입되는 일이고.     


나도 알량한 책 한 권을 쓰면서 주관이 개입되지 않도록 상당히 애를 썼지만 내 눈에도 내 주관이 너무나 강하게 드러나더라. 글을 쓸 때나 설명을 할 때에도 한 문장 한 단어를 선택할 때마다 그렇게도 고민하지만 그래도 “이 사람 말은 믿고 거른다”는 댓글까지 달린다. 그렇다고 믿고 거를 정도까지는 아닌데 말이다.


아무튼, 이번 모임에서 그에 대해 만족할 만한 대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모든 역사는 현재의 역사’, 다시 말해 ‘현재의 해석’이 가미된 것일 수밖에 없다는 참석자 한 분의 견해를 들으면서 내 관점이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역사가 무엇인지 결론을 얻자고 모인 것도 아니고 그저 읽은 감상을 나누자는 모인 것이니 그 정도면 투자한 시간에 비해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     


여기서 언급한 참석자 한 분은 동일인이다. 이름을 제대로 듣지 못했는데 다시 물어보는 게 실례일 것 같아서. 모임 내내 참석자의 말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아 고생했다. 북카페라고는 해도 유리벽으로 구분된 곳이어서 말소리가 안 들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아이들에게 갔을 때 혜인 아범이 권해서 청력검사를 받으니 보청기를 끼는 걸 생각해 보라고 하더라만. 그래서인지 그렇지 않아도 큰 목소리가 더 커진 것 같다. 어제도 조심한다고는 했는데, 내 목소리가 유독 크기는 했다. 안 들리는 건 남의 목소리인데 왜 내 목소리가 커지는 건지. 그것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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