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강우량이 250mm 이하인 지역을 사막기후로 분류합니다. 사우디의 연평균 강우량은 65mm에 불과해 사막 중에서도 아주 지독한 사막인 셈입니다. 일년내내 내리는 비가 우리나라에서 장마철 하루 강우량만 못한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물이 흐르는 강이 없습니다.
지하수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하수는 퍼내도 빗물이 스며 들어가 채워지는데, 이를 재생 지하수(renewable water)라고 합니다. 하지만 강우량이 워낙 적어서 땅으로 스며 들어가는 빗물이 없으면 다시 채워지지 않고 퍼내는 만큼 줄어드는데, 이를 화석 지하수(fossil water)라고 합니다.
사우디 지하수는 당연히 화석 지하수입니다. 그래서 지하수 개발을 극도로 억제합니다. 그런 조건에서 지하수를 계속 퍼내면 지하수가 고갈될 뿐 아니라 땅이 가라앉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사우디에서는 물을 어떻게 확보할까요?
사우디에는 담수화공장(desalination plant)이 많습니다.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렇게 만든 담수는 센물이어서 사용하기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장에서 만든 담수 반에 지하수 반을 섞어 사용합니다. 2020년에 만난 사우디 수자원부 관료에게 물어보니 전체 물 사용량의 46%를 지하수로 충당한다더군요.
그런데도 정작 물 쓰는 것을 보면 놀랍습니다. 물을 정말 ‘물 쓰듯’ 씁니다. 저는 그곳에서 십수 년 사는 동안 물 부족을 겪어보지 않았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조심스러웠지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생각을 잊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부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지하수 사용을 저대로 놔두는 걸까 의아했습니다.
사우디는 지하수 고갈이 심각해지자 2016년 밀 농사를 금지했습니다.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오늘 <아랍뉴스>에 곡물의 품종을 개량해서 밀과 보리 수확량을 늘이겠다는 정부 발표가 실렸습니다. 개량된 품종이 물 사용량이 적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다시 곡물 농사를 장려하는 모양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설마 곡물 수입에 드는 예산을 줄이겠다는 생각으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겠지요.
<밀 농사 장려 기사>
https://www.arabnews.com/node/2494581/business-economy
<밀 농사 금지 기사>
https://www.world-grain.com/articles/6275-saudi-arabia-ends-domestic-wheat-production-pro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