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4.08.08 (목)

by 박인식

결혼하기 전까지는 보기 흉할 정도는 아니었다. 결혼하고 두 해 남짓한 시간 동안 몸무게가 엄청나게 늘어 훌쩍 세 자리를 넘겼다. 그러고 나서 지금까지 그 몸무게를 맴돌고 있다. 건강검진 받을 때마다 의사들은 과체중을 지적했다. 다행히 비만 수준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말한 정상 수준에 이르려면 최소한 15킬로그램은 빼야 했다. 몇 킬로그램이라면 모를까 그 정도는 아예 오르지 못할 나무라고 생각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과하기는 하지만 별 변동 없이 유지되던 몸무게가 사우디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부쩍 늘었다. 그전까지는 신경 바짝 쓰면 두 자리로 내려가기도 했는데, 아예 그 경계에서 멀어져 버린 것이다. 두 자리 몸무게는 아예 꿈이 되었다는 말이다. 도무지 더워서 걸을 수 없는 곳이다 보니 현관 앞에 세워놓은 차를 타러 가는 동안, 주차장에서 사무실로 올라가는 동안 걷는 것이 하루 운동의 전부가 되었다.


보다 못한 혜인 아범이 무설탕 다이어트를 권했다. 글자 그대로 설탕을 안 먹는 것이었다. 비만의 가장 큰 적인 청량음료와 믹스커피를 비롯해 단맛이 나는 건 아예 입에도 대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외식할 일이 없으니 음식에 설탕이 들어가 있을까 걱정할 일은 없었다. 사실 음식이 맛있다는 건 모두 단맛인데 단맛이 빠지니 음식이 대체로 맛이 없어져 버렸다. 그래도 버텼다.


한 달이 지나도 두 달이 지나는 동안 몸무게가 줄어들기는 했는데 성에 찰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석 달째 접어들면서 급격하게 줄기 시작했다. 몸이 휘청거리는 느낌이 들고 성가 연습하는데 호흡이 달려 제대로 부를 수 없을 정도였다. 급기야 95킬로그램을 돌파했을 때 다이어트를 멈췄다. 옷이 맞지 않는 것이야 부차적인 문제이지만 몸이 감당이 안 되는 듯싶었기 때문이다. 그만하면 보기도 괜찮았고.


그렇게 해서 서울로 돌아올 때까지 안정적으로 두 자리를 유지했다. 돌아오고 나서 야금야금 늘어나던 몸무게가 아예 세 자리에서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게 되자 뭔가 조치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동네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운동량이 적지 않은데 오히려 몸무게는 세 자리를 넘어섰다. 트레이너는 체질이 바뀌면 그럴 수 있으니 몸이 가볍게 느껴진다면 몸무게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라고 했다.


현장에서 일을 시작하고 나서 두 달 사이에 4킬로그램이 늘었다. 두 자리는 아예 꿈이 되어 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달라진 게 없는데. 식사량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그래도 현장을 돌아보아야 하니 이전보다 걷는 시간도 늘어났고, 밀린 운동은 주말에 몰아서 하고. 곰곰 생각하니 하나 달라진 게 있었다. 바로 탕비실이었다.


요즘은 사무실에서도 그렇지만 현장에서는 특히 탕비실에 커피와 차뿐 아니라 간식거리도 다양하게 갖춰놓는다. 무설탕 다이어트를 했던 사람이 그렇게 멀리하라는 믹스커피에 갖은 간식을 챙겨 먹었으니 그러고도 몸무게가 늘지 않으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닌가. 덤으로 일할 기회를 얻었으니 즐기면서 일하리라 마음먹었지만 어디 일이라는 게 그런가. 소소하게 스트레스도 받고 짜증도 나게 마련인데, 그럴 때마다 탕비실에 들어가 믹스커피 하나 타고 간식 두세 개 집어 먹으면서 기분을 풀었다. 그러다가 습관이 된 것이다.


탕비실에 들어가지 않기로 마음먹고 나흘째. 일단 허리가 덜 쪼이고 몸도 조금은 가벼워진 듯싶다. 우선 이대로 한 달만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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