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곳에 사는지 넉 달이 지났다. 짧지 않은 시간인데 창문이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방에 들어서면서 감탄했던 그 마음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바다 모습을 보면서 매번 감탄을 쏟아내기 바쁘다. 폭풍 전야의 울렁이는 바다를 보면 마치 울렁이는 배에 오른 것 모양 몸이 출렁인다는 착각마저 든다.
그렇게 좋아하는 바다이기는 한데, 아내가 왔을 때 한 번 다녀온 것 말고는 그저 방에서 바라보는 게 고작이었다. 주말에는 서울 가기 바쁘고, 주중에는 퇴근해서 밥 차려 먹고 나면 나가기 싫고.
휴일이라고 주중에 집에 다녀오기는 번거로워서 이참에 바닷가 따라 ‘나정 고운 모래 해변’이나 다녀오자고 마음먹었다. 가보니 개뿔 ‘고운 모래 해변’은 무슨. 온통 자갈밭이구만. 뭐 다른 곳만큼 큰 자갈은 아니지만, 콩자갈은 자갈이 아니라더냐.
이미 시월인데 반팔에 반바지 입고 다니는 것도 덥다. 바닷가 곳곳에 만들어 놓은 그늘이며 정자에 앉아 쉬엄쉬엄 다녀왔어도 숙소에 돌아오니 옷이 땀으로 젖었다. 숙소 아래층에 있는 카페에 내려가서 카푸치노 한 잔 시켜놓고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다 올라왔다. 경치는 내 방이 더 좋고 편한 차림으로 커피도 내려 마실 수 있는데, 그래도 카페에서 남이 내려준 커피 마시며 내다보는 바다는 또 그것대로 아름답더라.
개천절도 놀고, 한글날도 놀고, 그러다 보면 시월도 잠깐이고. 곧 연말 소리 나오겠다. 사십 년 넘게 봉급쟁이로 살면서 언제 월급날이 오려나 그러고 살았는데, 이젠 월급 받고 돌아서면 다시 월급날일 정도로 세월이 빨라졌다. 월급날이 빨리 오는 건 좋은데, 그러다 보면 그날도 그렇게 도적같이 닥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