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부부와 두 자녀로 이루어진 가정을 핵가족이라고 했다. 과거 기준으로야 4명이 핵가족일 수 있지만 요즘은 그 정도면 대가족이라 할 정도가 되었다. 통계에 따르면 2000년 들어서면서 평균 가구원 수가 3명으로 내려앉았고 이제는 2명을 겨우 넘는다. 그러다 보니 애완동물 기르는 가정이 많아졌고 근래에 들어서는 반려동물로까지 대접받는 세상이 되었다.
처음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몹시 불편했다. 아무리 애지중지한다고 해도 사람이 아닌 동물에 반려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지나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개고기 먹는 사람을 야만인 취급하지만, 과거에는 여름 보양식으로 그만한 음식이 없었다. 나는 개고기를 먹지 못한다. 남들이 하도 맛있게 먹어서 배워보려고 몇 번 시도해보기도 했다. 억지로 먹으니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고 굳이 그래야 할 이유도 없어서 그러고 말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개고기 먹는 사람을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개를 반려동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개를 식용으로 여기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대부분 그것 때문에 육식을 멀리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식용으로 쓰는 동물과 그렇지 않은 동물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동물이건 식물이건 생명은 생명으로 귀하게 대접받아야 하고, 그래서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도 식물을 함부로 꺾는 것도 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생명이 사람과 동등하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하면 동물이건 식물이건 취할 수 있고, 다만 그 과정에서 가능한 고통을 줄이는 방법으로 필요한 범위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동물과 식물을 같은 생명으로 여기면서도 그것을 음식으로 취하는 나 자신의 선택을 이런 방식으로 합리화하고 있는데, 애완동물을 인간과 동등하게 생각해 반려동물로 여기는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같은 생명이라고 해도 사람은 사람 동물은 동물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데 비해 그들은 동물이라고 다 같은 동물이 아니며 반려동물은 사람과 동등하게 여겨야 한다는 말일까?
반려동물에게 축복하는 게 옳은가 하는 논쟁을 보면 문득 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