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에게

by 다정



안녕, 나야.

요즘 너를 생각해. 진짜 웃기지.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너를 떠올려.


딱 너의 행복만큼 불행해. 네가 내 불행에 행복했던 것만큼.


진심으로 네가 행복하길 바라는데, 그 행복이란 눈구덩이에서 나라는 나뭇잎 하나가 똑 떨어져서 네 흰 눈밭에서 잠깐 시선을 끌었으면 해. 물론 너는 금방 밟고 지나갈 걸 알아. 넌 불행이잖아. 빗나가지 않잖아.



요즘 사는 건 좀 어때, 잘 지내?


매번 혼잣말처럼 되뇌었어. 제발 잘 살기를. 나 없이도 네가 잘 살기를.


네가 나 때문에 살지 않았으면 했어. 그건 내가 너를 죽일 수도 있다는 뜻이고, 그래서 네가 나에게 하는 모든 사랑 고백이 유언처럼 들렸어. 너무 참혹했어. 매일 유언을 듣는 마음으로 사는 게 얼마나 위태한지 너는 알잖니.


너는 아니까, 그래서 더 말을 못 했어. 제발 내게서 벗어나라고, 네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서 나를 보라고, 멍든 내 어깨를 좀 봐 달라고, 너와 내가 몸을 맞대고 있지 않아도 그러니까 우리 사이에 천 킬로의 거리가 있다 해도 널 사랑할 거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어.


하지만 널 울게 하는 게 내가 될 순 없었어. 그러면 네가 정말 죽어버릴 것 같았어. 너는 불행이잖아. 더 이상 갈 데가 없잖아. 그래서 앞에 말들은 다 빼고 널 계속 사랑할 거라고만 말했어. 너는 믿지 않았지. 불행이니까.


우리의 결말은 뻔했던 거야. 나는 널 사랑하고, 너는 믿지 않고, 너는 날 사랑하고, 나는 숨이 막혔으니까.


다시 생각해. 나는 네가 나로 인해 더 많이 아파질까 봐, 그게 그렇게 무서워서 그 오랜 시간 네게 한마디를 하지 못했을까. 그래서 또다시 생각해. 아, 나는 나쁜 사람이 되는 게 싫었던 거야. 나는 나라서 어쩔 수 없이 너보다 나를 더 사랑했고, 죽어가는 네 옆에서 끝까지 좋은 사람이려고 나를 선택한 거야.


이렇게 생각을 쭉 하다 보면, 넌 불행인데 난 악마 같아. 우리의 끝이 확실하다는 건 더 명확해진 거고, 나는 너무 못돼처먹은 인간이라는 걸 몸서리치게 알아버린 거지.



우리의 무정한 지금 앞에서 고백해. 다시 네게 닿지 않을, 닿지 않았으면 하는 절망을 전시해.


끝까지 끝까지 사랑하고 싶었어. 네가 선물한 따뜻한 언어들과 다정한 위로들을 잃고 싶지 않았어. 정말이지 더 이상은 무언가를 그만 잃고 싶었어.


근데 인생은 되게 웃겨서 잃고 울다가 얻고 웃어. 더 웃긴 건 그게 맨날 반복된다는 거야. 그 반복 속에서도 너를 잃어서 울고 싶진 않았어. 그 일만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랐어. 너는 불행이고 인생은 비극이라서 어쩔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랬어.



어쩌겠어, 살아야지. 딱 죽고 싶은 만큼 살고 싶어. 네가 내 불행만큼 행복했던 것처럼 말이야. 어쩜 삶은 이토록 잔인할까. 우리 살자. 서로가 없는 세상에서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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