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바쁘면 망가진다. 너무 아파도 망가진다. 나는 계속 망가지고, 또 균열하고 있다. 나아질 수 없다. 이런 말을 꺼낼 수도 담을 수도 없을 때 시를 읽는다. 근데 시가 다 무슨 소용이야. 세상이 이따위인데. 사는 건 대체 뭐고 인생이 다 뭐길래 너네는 왜 다 한 팀 한통속이고, 너네는 왜 여전히 아플 수밖에 없고, 왜 또 너네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생각하기 싫으니까요 할 수밖에 없는 걸까. 나쁘다. 정말 나쁘다. 왜 누군가는 영원히 내일이 있는 것처럼 살고 왜 누군가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오늘 하루만을 더 살아내야 하는 거야. 태풍 속에서 벌벌 떠는 촛불들, 내일이 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그런 실낱같은 오늘들이 여기 있잖아. 가여운 삶들. 어떻게 이 모양 이 꼴의 세상은 여전히 잘도 굴러가는 거니. 아 모르겠어. 어두컴컴하다 못해 칠흑 같은 찰나를 지금은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어. 숨을 멈추는 마음으로 눈을 감아야겠어. 그래도 너는 여전하겠지만. 눈을 떴을 때 나는 진창 같은 현실에 목이 메이겠지, 목을 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