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눈으로 보이는 별의 위치와 거리가 쉽사리 가늠이 되지 않는 것처럼, 이야기의 시작도 특정 시점으로 단정짓기 쉽지 않다. 누구라도 밤하늘의 별을 보고 동경할 수 있다. 그 신비로움에 매료되는 건 굳이 특별한 상황을 상정해야만 가능한 게 아니다.
여러 순간이 존재했다. 어딘가에서 바라봤던 하늘의 별이 아름다웠다거나, TV 교육방송에서 별자리 이야기를 해줬던 언젠가. 혹은 학창시절 지구과학 시간 중 천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생기가 돋았던 순간. 굳이 천문학과를 지원하고 첫 관측 시간에 육안으로만 보던 별을 망원경으로 처음 봤을 때도. 인간이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시간과 공간의 틀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당연한 이치처럼, 내가 굳이 밤하늘에 빠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밤 하늘의 아름다움은 별이라는 피사체를 통해 꾸준히 오랫동안 나를 적셔왔다.
이렇게 확실하지 않은 다양한 순간이 존재했기에, 나의 특이한 이 생활의 시작을 설명하기 위해선 좀 더 구체적이고 확연하게 떠올릴 수 있는 기준점이 필요했다.
'좋아한다'라는 막연함이 '떠나보자'로 증폭된 시점. 바로 그 위치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렴풋이 떠오른 '떠나보자'의 시점은 한 달정도의 입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하던 그 날이다.
입원 환자는 입원 생활이 길어질수록 짐이 많아진다. 한달여나 입원했던 건 그만큼 몸이 안좋았기 때문일 거고, 퇴원을 한 이유는 그만큼 몸이 나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와 동생은 퇴원 하루 전날 보호자의 짐을 챙겨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퇴원날 할 일이 좀 남아있었다. 병가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회사를 들러 배려해준 분들께 인사를 드려야 했고, 더불어 몸의 정상적인 회복을 위해 1, 2주 정도의 휴가를 추가로 요청해야 했다.
그렇게 짐을 정리하고 퇴원 수속을 마친 후 회사에 들렀다. 동료들은 반가움과 환영의 환호성을 질렀고 나는 살짝 부끄러웠다. 필요한 담당자들과 간단한 논의들을 마쳤다. 집에 들러 병원에서 생활한 일부 짐들을 두었다. 정리를 끝낸 후 터미널로 향했다. 주어진 2주의 휴가기간동안, 엄마와 동생이 먼저 내려가 있는 고향에서 몸을 회복할 계획이었다. 여수행 버스표를 끊고 터미널 서점에서 시간을 보냈다.
습관적으로 우주에 대한 책들을 들춰 보았다. 종이에 인쇄된 사진들이었을 뿐임에도 우주는 깊고 아름답다. 버스 시간에 맞춰서 서점을 나올 때는 손에 책 한 권이 들려있었다.
오후 늦은 시간 출발했기 때문에 버스 안에서 해지는 풍경을 보게 됐다. 전라북도쯤 버스가 진입했을 때는 하늘이 껌껌해져 있었고, 차창 밖으로 달과 별이 보였다.
바로 이 때다. 정말로 별을 보러 다녀볼까 하는 생각.
입원 병실에서 생활을 오래하면 다양한 환자를 보게 된다. 내가 아프기 때문에 병원 생활하는 동안에는 주변의 환자들이 어떤지를 상세히 인지할 수 없지만, 회복기에 접어들면 다른 환자들의 삶이 켜켜이 뇌리에 쌓인다. 그러면 자연스레 두가지 명제가 도출된다. 하나는 '건강이 최고다'라는 모두가 알고 있는 명제. 다른 하나는 '건강할 때만 할 수 있는게 있다'는 명제.
'건강이 최고다'는 너무 당연한 말이어서 제쳐둔다고 쳐도, '건강할 때만 할 수 있는게 있다'는 병원생활이라는 비싼 값을 치르고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일까. 별을 막연히 좋아하던 소심한 청년이, 정말로 별을 보러 다녀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인 명제.
휴가를 마치고 회사로 복귀했다. 나는 달라져 있었다. 그동안은 적당히 좋은 대우를 받으며 안정적으로 살자는 철학이 일상에 깔려있었다. 병원에서의 짧지 않은 입원과 그 뒤에 이어진 바로 이 2주의 휴가 복귀 후에는 목표가 생겼다. 서서히 건강을 회복하는 것과 일상에 안주하지 않는 것. 그 최종 목적지는 회사에서의 인정이나 성공이 아니었고, 돈이나 명예도 아니었다. 모든 정상적인 사회활동에서 벗어나 별만 보는 생활을 해보는 것이었다.
건강은 정직하다. 퇴원했다고 당장 모든게 가능해지진 않는다. 나는 음식 조절이나 몸의 여러 수치들을 회복해야 했다. 또한 별 보는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 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 버스 안에서 차창 밖으로 밤하늘을 바라본 뒤로도, 모든걸 털고 출발하기까지는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나의 삶은 결코 일반적이라고 할 수 없는 심연 속으로, 철저히 자의적으로 발을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