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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인석 May 23. 2020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2020)

영화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래도 튜닝의 끝은 순정이다>


◇ 쿠키영상 여부

 쿠키는 없다. 다 보시면 그냥 나오셔도 된다. 다만 스타워즈 특유의 엔딩곡을 들으며 레이의 마지막 멘트를 곱씹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 한 가지 전제 : 에피소드6까지에서 끝났다면 어땠을까.

 부정적인 얘기로 시작하고 싶진 않지만 일단 전제는 깔고 시작해야 한다. 그만큼 스타워즈는 수 많은 시리즈와 스토리, 가족관계와 인간관계들로 점철되어 있다. 무슨 얘기냐, 최선의 방안은 에피소드1~6에서 끝났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우리는 과거를 돌릴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기왕지사 에피소드7부터 삼부작이 시작이 되었고, 어떻게든 마무리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이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훌륭하게, 최대한 오점을 지우며 마무리했다고 평하고 싶다.


◇ '라스트 제다이'가 남겨놓은 너무 큰 숙제들

 일단 좋지 않은 출발이었다. 에피소드8, 라스트 제다이가 엄청난 혹평으로 끝난 상황이었다. 스타워즈의 모든 시리즈가 에피소드8 하나로 인해 값어치를 깎아야 하는 상황이 감수됐다. 그만큼 에피소드8이 가져온 설정오류와 무리한 진행, 불필요한 장면들은 스타워즈 팬들의 원성을 낳았다. 아마 스타워즈의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한국에서는 훨씬 더 심했을 것 같다. 다행히 에피소드9는 훌륭한 수준으로 마무리되었다.


◇ 오마주, 작은 불씨를 불어 넣다

 나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엔드게임'을 보면서 '오마주를 통해 유치함을 매혹적으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내렸었다. 에피소드9는 엔드게임이 활용한 방식을 적극적으로 영화 내에 버무렸다. 그야말로 오마주 덩어리였다. 그것이 스타워즈를 처음 보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유치한 무리수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스타워즈를 쭉 봐왔던 팬들에게는 감동을 선사했을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에피소드9에는 역대급으로 많은 파이터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우주선들은 각 에피소드마다 '세대'와 '시대'를 반영하듯 조금씩 다르게 등장한다. 물론 스타워즈의 상징과도 같은 'TIE파이터'와 'X윙 파이터'는 에피소드4~9까지 적극적으로 등장하지만 단역처럼 등장하는 파이터들도 많다. 그런 우주전함들이 모두 등장한다. 

 

 레아 공주, 아니 레아 장군을 보며 그녀가 이제는 이 우주에 존재하지 않음을 슬퍼한 팬들이 많을 것이다. 츄이의 눈물에 스타워즈 기존 팬들이라면 같이 눈물이 글썽였을지도 모른다. 또한 레이에게 들리는 그동안의 모든 제다이들 목소리. 엔도전투에 등장했던 우키들이 짤막한 등장. 모두 오마주들이다.

 에피소드8에서는 기존 스타워즈 팬들과 에피소드7을 통해 스타워즈를 접한 신규 팬들을 모두 만족시키려다가 양쪽을 다 놓치는 우를 범했다. 에피소드9는 다행히 한마리의 토끼라도 잘 잡아보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 진부함을 제압한 강렬한 연기력, 어쩌면 '포스'?

 스타워즈에서 비롯된 여러 클리셰들이 물론 존재한다. 에피소드7부터 레이가 갑툭튀가 아니었음을 시사할 은근한 떡밥들이 굴러다녔다. 게다가 에피소드9에는 애당초 '스카이워커'라는 제목을 넣어버렸다. 레이가 누군가의 혈통임을 암시할 단어들이 존재했다. 물론 반대 방향이었지만. 

 또한 권선징악적인 결말과, 결국엔 악이 선역으로 변한다는 설정도 존재했다. 아버지로 돌아온 악당의 이야기를 우리는 이미 봤다. 이번 편을 통해 아들로 돌아온 악당의 이야기를 다시 보게된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설정들 속에서도 팬들이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이유에는 두 주연들의 연기력이 한 몫 한다.

 

 나는 이전 언젠가의 에피소드7 이후의 리뷰를 통해 '카일로 렌의 카리스마가 다스베이더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평을 한 적이 있다. 취소한다. 물론 렌은 베이더에 비해 여러모로 약하고 모자란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모습까지를 묘사하기 위해 아담 드라이버의 연기가 엄청난 수준으로 폭발한다. 권력에 대한 욕망과 분노를 절제하면서도 폭발시키는 균형을 너무도 잘 맞췄다. 

 데이지 리들리도 마찬가지다. 과연 '마지막 제다이'의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무색하게 연기력으로는 앞 세대들의 제다이들을 압도할 정도로 배역을 잘 소화했다. 이렇게 만난 레이와 렌의 부딪힘은 시종일관 스크린을 압도한다. 


◇ 하지 말았어야 하는

 '죽은 자식 X알 만지기'라는 속담이 있다. 나는 영화에서 가장 진부한 클리셰 중 하나인 '시간 돌리기'와 '사실은 안죽었지롱'을 참 싫어한다. 이럴수가, 사실 팰퍼틴이 안죽었다니. 이런 설정들이 부가되면 관객들의 몰입감을 극도로 저해한다. 한 번 이런 설정이 생겨버리면 언제든 속편이 나올 수 있다. '사실 렌은 안죽었지롱', '사실 레아는 안죽었지롱', '사실 오비완은 안죽었지롱'..

 그런데 스타워즈는 이게 처음이 아니다. 이미 우리는 다쓰몰의 살아남을 경험해 버렸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팰퍼틴을 다시 등장시킨 설정을 잘 마무리짓긴 했지만 더 사용해선 안될 설정이었다. 결국 또 이 문제에서 '에피소드6에서 끝났어야 한다'를 반복할 수 밖에 없게 됐다.


◇ 그것이 '떡밥'이 아니길

 그래, 많이 양보했다. 에피소드9를 잘 마무리 지었다. 제발 여기서라도 멈춰야 한다. 그런데 걱정스럽게도 몇몇 떡밥들이 눈에 보인다. 우리는 아직 핀이 무슨 대사를 했는지 듣지 못했다. 또한 랜도가 "찾아보면 되지"라고 했다. 스타워즈로 상업적인 성공을 이루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것을 위해 덕지덕지 스티커를 붙이지는 말아야 한다. 기억속의 아름다운 스타워즈마저 지저분한 스티커들로 도배되면 안된다.


◇ 그래도 괜찮은 튜닝 정도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자동차 업계의 용어가 있다. 에피소드7부터 에피소드9까지는 튜닝이다. 에피소드8에서 그 튜닝을 너무 과하게 해버려서 차의 성능까지 저해시켜버렸다. 다행히 에피소드9는 이를 잘 수정하며 튜닝을 완성시켰다. 안타깝게도 시간은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서 스타워즈 팬들에게는 다시 순정으로 돌아갈 기회가 없어져 버렸다. 

 다만 에피소드9의 화려한 영상미와 최선을 다한 스토리들은 어느정도 위안으로 남는다. 한없이 강하고 압도적이며 힘있는 모습을 유지하는 레이가 어느 순간순간마다 미모를 뿜는 모습은 다른 제다이들에게는 없다. 또한 악당임에도 불구하고 슬픔을 억누르며 울분을 부들부들 토해내는 렌은 베이더와 다른 매력이다. 


◇ 봐? 보지마?

 "그래서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은 뭐요, 보라는 거요, 말라는 거요?" 나는 이 질문에 기존 스타워즈를 봤던 팬과 안봤던 사람들을 나눠 대답하고 싶다.(물론 이 질문에는 기존에 적었던 '스타워즈 시리즈 보는 순서')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https://blog.naver.com/isseo307/221760908534 )

 당신이 스타워즈의 오랜 팬이고 이미 에피소드8까지를 봤다면, 에피소드9를 꼭 봐야 한다. 그것이 에피소드8이 남겨놓은 어쭙잖은 땜질을 좀 더 깨끗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당신이 아직 스타워즈 중 한 편도 보지 않았다면 그냥 스타워즈 DVD나 블루레이를 구해서 에피소드1부터 에피소드6까지만 보라. 그리고 '그래 스타워즈는 여기가 마지막이야'라고 스스로를 세뇌시켜라. 방금 에피소드9를 본 내 마음 속에서 여전히 전율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있지만, 그것 또한 '잘 된 튜닝'이다. 아직 튜닝은 하나도 맛보지 않았다면 순정에서 기억을 마무리짓는것도 방법이다. 


◇ May the force be with you

 항상, 매순간은 아니지만 내 삶 속에 스타워즈는 여러 풍성한 감성을 채워줬다. 해외에서 누군가 "Hello, there?"라는 인사 소리가 들리면 왠지 오비완이 있을 것 같아 돌아보게 된다. 좋지 않은 분위기를 느끼면 자연스레 "I've got a bad feeling about this"라는 말이 생각난다. 

 이렇게 길게 구구절절 얘기해도 결국 한 편의 영화일 뿐인 것을. 그저 영화를 보게 될 당신들에게 "포스가 함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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